[수도권/현장진단]초안산 골프연습장 건설

  • 입력 2000년 4월 11일 19시 50분


최근 골프 붐을 타고 서울 등 수도권 도심 주택가에 골프 연습장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도봉구 창동 초안산 근린공원에 대규모 골프연습장을 짓는 문제를 놓고 인근 주민과 땅 소유주, 구청 등이 갈등을 빚고 있다.

땅 주인은 “정당한 법 절차를 따랐기 때문에 골프 연습장을 짓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 반면 인근 주민들은 “적법한 개발이라도 환경권을 침해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당연히 개발계획은 취소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산등성이 6000평 깎아 조성▼

초안산 골프연습장 문제는 단지 초안산 인근 주민들만의 현안이 아니라 수도권 곳곳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골프연습장 문제 해결의 가늠자가 될 것이란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11일 오전 창동 주공아파트 4단지 인근 초안산 산등성이 6000여평을 깎아 조성한 골프 연습장 부지. 나무가 모두 베어진 채 시뻘건 흙더미가 곳곳에 방치돼 있었다.

이곳은 올 1월 시공사가 실수로 연습장 부지가 아닌 곳(340평)의 나무를 베는 바람에 도봉구가 공사중지 명령을 내려 3개월째 공사가 중단된 상태. 하지만 훼손된 녹지를 원상복구만 하면 언제든 공사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땅 주인 김모씨(37)는 98년 6월 도봉구에 골프 연습장 건설 허가 신청을 냈다가 주민들의 반대로 구가 허가를 내주지 않자 행정 소송을 내 승소했다.

▼재산권 행사 막기 어려워▼

그러나 주민들은 “아파트에서 채 1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골프 연습장이 들어서면 소음과 야간 조명의 피해가 있고 뻐꾸기 반딧불이 등이 서식하는 초안산의 환경이 훼손된다”며 법원에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구청을 상대로도 골프 연습장 허가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지난해 12월 법원은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림으로써 땅주인의 손을 들어줬다. 전문가들은 골프 연습장 허가 처분 무효 확인 소송도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훼손된 녹지의 원상복구만 이뤄지면 앞으로 골프 연습장 공사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서울시는 최근 “구청이 골프 연습장 부지를 사들여 환경을 보호하자”며 도봉구에 38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하지만 도봉구 관계자는 11일 “연습장 부지를 사들이려 하고 있으나 법적으로 정당한 절차를 거쳐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땅 주인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초안산 골프연습장 반대 시민대책위원회 주민 대표 김양순(金良順·42·여)씨는 “이미 초안산에 2곳의 골프연습장이 있는데 또 대규모 골프연습장이 들어서면 초안산 공원은 주민들의 휴식처가 아니라 ‘골프동산’으로 변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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