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내 한표의 의미

  • 입력 2000년 4월 10일 19시 44분


모레로 다가온 16대 총선의 투표율이 매우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투표율이 총선사상 처음으로 60%를 밑돌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으며 여러 여론조사기관들의 분석 결과도 대체로 비슷하다고 한다.

시민단체의 낙천 낙선운동과 후보자의 납세 병역 전과 공개 등으로 역대 어느 선거보다 국민의 참정권 열기가 높으리란 당초 예상이 이렇게 빗나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정치에 대한 혐오와 냉소주의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시민단체의 참정권운동은 기존 정당 및 후보자들의 반발과 지역주의의 높은 벽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후보자 신상공개 또한 후보별 선택의 기준이 되기보다는 정치인 일반에 대한 불신과 혐오감을 더하게 한 측면을 무시하기 어렵다. 더구나 4월13일은 ‘손없는 길일(吉日)’이어서 이사가는 사람도 많고 결혼식도 빽빽하게 잡혀있다고 한다. 자칫 투표일이 집안일 보고 ‘봄나들이 가는 날’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번 선거에는 과거처럼 ‘민주 대 반(反)민주’ 같은 뚜렷한 이슈가 없다. 여야(與野) 정당간 정체성도 확연하게 구별하기 어렵다. 정당을 보고 찍어야 하는 것인지, 인물을 보고 찍어야 하는지 헷갈리는데 선거판에서는 저질의 인신비방과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벌거벗은 지역주의가 힘을 발휘한다. 이러다 보니 ‘투표를 해봐야 뭐하나 달라지는 게 없는데’라는 정치냉소주의와 무관심이 확산되는 것이다.

그러나 ‘최선이 못되면 차악(次惡)’이라도 유권자의 손으로 선택해야 한다. 정치가 바뀌지 못하면 결국 아무 것도 바뀌지 못하며 그 폐해는 고스란히 유권자 모두에게 돌아온다. 투표는 하지 않고 그 결과에 대해 비난과 냉소만 보내서야 달라질 게 없다. ‘내 한 표’가 정치를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첫걸음이 된다는 것을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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