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불편해요]공공도서관 이용객 배려 아직 멀었다

  • 입력 2000년 4월 10일 19시 44분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 정자동에 사는 주부 김모씨(34)는 최근 신도시에서 유일한 공공도서관인 분당문화정보센터(99년 10월 개관)에 갔다가 매우 불쾌한 경험을 했다.

도서관 내 어린이자료실에서 5세된 아들과 함께 책을 보다가 점심시간이 돼 지하식당으로 가 준비해온 도시락을 먹으려는데 식당 직원이 달려와 “외부 음식은 반입할 수 없으니 다른 곳에 가서 먹으라”고 하는 바람에 쫓겨나듯 나와야 했다.

김씨는 “2층 휴게실로 가 봤지만 비좁고 담배연기가 자욱한데다 식당에서 ‘쫓겨난’ 것이 기분 나빠 그냥 집에 왔다”며 “주민을 위해 운영하는 공공도서관에서 너무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들의 큰 기대 속에 최근 잇따라 문을 연 수도권 신도시의 도서관들이 운영 미숙으로 주민들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다.

우선 구내식당 등 기본적인 편의시설의 서비스 수준이 형편 없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분당문화정보센터를 찾았던 한 학생은 “도서관 식당에서 접시에 단무지를 많이 담았더니 식당 직원들이 눈을 흘기며 면박을 줬다”며 “단무지를 많이 먹는다고 혼내는 식당은 이 곳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고양시 일산신도시 마두1동 마두시립도서관의 경우 하루 평균 1500명의 이용객이 찾고 있지만 구내 식당은 좌석이 60석에 불과하다. 식당에서 도시락을 못 먹게 하는 건 이곳도 마찬가지. 음식의 질과 가격에 대한 이용객들의 불만도 크다.

대부분의 도서관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찾아가기가 쉽지 않은데도 주차장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불만사항 중 하나.

분당문화정보센터의 경우 법정 주차대수(38면)를 초과한 59면의 주차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이용객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 주말이면 차 세울 곳을 못 찾아 그냥 되돌아가는 이용객도 많은 실정이다.

마두시립도서관의 경우 주차 가능 대수가 24대에 불과해 인근 단독주택가 골목길은 도서관 이용객들의 차량으로 매일 주차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밖에 직장인이나 학생들은 오후 6시까지로 제한된 자료실 이용시간을 연장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분당문화정보센터 황문호(黃文浩)소장은 “식당을 민간업자에게 위탁해 운영하고 있는데 이용객들의 불만이 많아 시정하라고 지시했다”며 “또 주차난 등의 해소를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성남·고양〓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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