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루소득을 잡아내는 일은 국세청이 마땅히 해야 할 고유업무다. 탈루소득에 대한 세금추징 성적이 작년에 유독 좋았다는 건 무얼 뜻할까. 소득을 탈루한 규모가 작년에 이례적으로 많았던 것일까. 아니면 탈루액은 해마다 비슷한데 작년에 국세청이 전례 없이 노력을 많이 해 실적을 높인 것일까. 후자라면 작년 이전의 국세청은 직무를 충실히 하지 않았거나 못했다고 봐야 한다.
▷어떤 경우건 막대한 규모의 소득탈루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조세제도와 징세 행정에 허술한 구석이 있음을 말해준다. 유전무세(有錢無稅)란 말을 낳은 상당수 총선 후보의 해괴한 납세실적 역시 세제 및 세정의 구멍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꼼짝달싹 못하고 그 구멍을 메우는 것은 보통 샐러리맨들이다. 국세청이 인건비를 줄인 실적으로 성과금을 탄 것도 뒤집어보면 종래의 국세청 조직에 비효율과 낭비가 있었음을 말해준다.
▷‘국민의 정부’ 주도 아래 국회가 예산회계법을 고쳐 예산성과금 지급조항을 신설한 것은 작년 2월이다. 예산 집행방법과 시스템을 개선해 수입을 늘리거나 지출을 줄인 관공서 및 공무원에게 절약된 예산의 일부를 주는 제도다. 납세자 편에 서서 나라살림을 알뜰살뜰 꾸리라는 독려의 뜻이 담긴 포상제도로 이해된다. 하지만 정부가 세금을 공평하게 거두면서 예산을 효율적으로 절감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를 상대적으로 잘 한 부처와 직원에게 상금을 주려면 세금의 오남용(誤濫用)으로 낭비한 쪽에는 상응하는 불이익을 줘야 마땅하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성과금 역시 혈세에서 나간다.
<배인준논설위원> inj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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