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배인준/상금받는 국세청

  • 입력 2000년 4월 10일 19시 43분


‘지난해 음성탈루소득을 열심히 찾아내 예년의 1조원 안팎보다 1조7000억원 정도나 많은 세금을 추징했으니 240억원의 성과금을 달라.’ 국세청이 기획예산처에 이렇게 신청했다. 기획예산처는 14일 예산성과금 심사운영위원회를 열어 국세청에 대한 ‘인센티브 상금’ 규모를 결정할 예정이다. 국세청은 작년에는 인력감축으로 인건비를 줄임으로써 23억5000만원의 성과금을 받아 관계직원에게 나눠주고 일부는 복지시설비 등으로 썼다. 작년엔 국세청을 비롯해 8개 부처가 총 42억원의 예산절감 성과금을 탔다.

▷탈루소득을 잡아내는 일은 국세청이 마땅히 해야 할 고유업무다. 탈루소득에 대한 세금추징 성적이 작년에 유독 좋았다는 건 무얼 뜻할까. 소득을 탈루한 규모가 작년에 이례적으로 많았던 것일까. 아니면 탈루액은 해마다 비슷한데 작년에 국세청이 전례 없이 노력을 많이 해 실적을 높인 것일까. 후자라면 작년 이전의 국세청은 직무를 충실히 하지 않았거나 못했다고 봐야 한다.

▷어떤 경우건 막대한 규모의 소득탈루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조세제도와 징세 행정에 허술한 구석이 있음을 말해준다. 유전무세(有錢無稅)란 말을 낳은 상당수 총선 후보의 해괴한 납세실적 역시 세제 및 세정의 구멍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꼼짝달싹 못하고 그 구멍을 메우는 것은 보통 샐러리맨들이다. 국세청이 인건비를 줄인 실적으로 성과금을 탄 것도 뒤집어보면 종래의 국세청 조직에 비효율과 낭비가 있었음을 말해준다.

▷‘국민의 정부’ 주도 아래 국회가 예산회계법을 고쳐 예산성과금 지급조항을 신설한 것은 작년 2월이다. 예산 집행방법과 시스템을 개선해 수입을 늘리거나 지출을 줄인 관공서 및 공무원에게 절약된 예산의 일부를 주는 제도다. 납세자 편에 서서 나라살림을 알뜰살뜰 꾸리라는 독려의 뜻이 담긴 포상제도로 이해된다. 하지만 정부가 세금을 공평하게 거두면서 예산을 효율적으로 절감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를 상대적으로 잘 한 부처와 직원에게 상금을 주려면 세금의 오남용(誤濫用)으로 낭비한 쪽에는 상응하는 불이익을 줘야 마땅하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성과금 역시 혈세에서 나간다.

<배인준논설위원> inj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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