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health]로봇이 심장수술…의사는 '버튼'만

  • 입력 2000년 4월 9일 20시 58분


오하이오 주립대 메디컬센터의 수술실에서 벌어진 심장 수술은 왠지 으스스한 분위기였다. 62세의 남성 환자는 분명히 마취된 상태로 푸른색 천에 싸여 좁은 수술대 위에 누워 있었지만, 그의 몸에 손을 대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수술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바로 로봇이었다. 로봇의 금속 팔 세 개가 환자의 가슴에 뚫어놓은 연필 크기의 구멍을 통해 삐죽 나와 있었다. 로봇 팔은 회전이 가능한 손목과 작은 금속 손가락에 초소형 수술기구들과 조명등, 카메라를 쥐고 있었으며, 수술대에서 약 6m 떨어진 수술실 구석의 컴퓨터 제어판 앞에 앉아 있는 랜달 울프 박사에 의해 제어되고 있었다.

심장 수술 전문의들은 이런 종류의 수술이 거의 30년 전부터 시작된 심장 혈관 수술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울프 박사는 “우리가 환자의 가슴을 절개하는 것은 우리 손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새끼손가락 손톱 크기에 불과한 로봇의 손가락을 이용한다면 굳이 커다란 수술자국을 남기지 않아도 된다.

전문의들은 궁극적으로는 대부분의 심장 수술이 이러한 로봇 팔에 의해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의사들은 환자의 가슴에 연필 크기 만한 구멍을 뚫어 로봇 팔을 삽입한 다음 환자의 몸 안을 직접 자기 눈으로 들여다보는 대신 컴퓨터 스크린에 확대되어 나타난 영상을 보며 수술을 진행하게 된다. 이론적으로만 따진다면 의사가 반드시 환자와 같은 방에 있어야 할 필요가 없다. 심지어는 같은 나라에 있지 않아도 된다.

현재 의사들이 심장 수술에서 가장 흔히 사용하고 있는 방법은 우선 환자의 가슴을 약 30cm 길이로 절개하고 갈비뼈를 부러뜨려서 구멍을 넓힌 다음 환자의 심장을 멈추게 하는 것이다. 멈춰버린 심장의 기능은 심폐 기계에 의해 대신 수행되는데 여기에는 큰 위험이 따른다. 복부나 무릎을 수술할 때는 작은 구멍을 통해 기계를 삽입해서 수술하는 방법이 이용되기도 하지만 그것도 모세혈관 등 아주 작은 조직을 다루는 수술에서는 이용되지 않는다. 의사들은 환자의 몸 속에 직접 손을 집어넣지 않는 한 이처럼 섬세한 동작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봇을 이용하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의사들은 로봇이 심장 혈관 수술뿐만 아니라 나팔관 수술이나 뇌혈관 수술에도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로봇을 이용한 수술은 아직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또한 로봇 수술법이 체계적인 시험을 거치지도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과대평가될 위험도 있다. 이 같은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은 주식시장에서 주가를 올려야 한다는 재정적인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소규모 로봇 회사 두 곳이 이 수술법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울프 박사 등 현재 로봇 수술을 시행하고 있는 의사들은 자신들이 이 두 회사의 주식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도 상업과 과학이 이처럼 혼합되는 데 대해서는 일말의 불안감을 갖고 있다.

울프 박사 등 전문의들은 현재 로봇이 대부분의 심장 수술을 담당할 수 있을 만큼 발전된 상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로봇은 한 대의 가격이 약 100만 달러나 되며 심장 전면의 관상동맥이 하나만 막혀 있는 환자들에게만 이용될 수 있다. 이런 환자들은 전체 심장 질환 환자 중 15%를 차지한다.

그러나 의사들은 로봇 수술법이 놀라운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데에는 모두 동의한다. 수술을 하면서 가능한 한 상처를 적게 남기려는 외과의들의 오랜 꿈이 로봇을 통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심장 전문의들은 10년 전부터 상처와 합병증의 위험을 줄이는 수술방법을 시험해 왔다. 일부 의사들은 심폐 기계로 인한 합병증을 없애기 위해 심폐 기계 없이 박동하고 있는 심장을 상대로 수술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즉, 심장의 한 부분만을 움직이지 않도록 꼭 붙들고 혈관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다.

환자의 가슴에 작은 구멍을 뚫은 다음 길다란 막대기 끝에 수술기구들을 매달아서 삽입하는 방법을 생각해낸 의사들도 있었다. 그러나 복부나 무릎 등의 수술에서는 성공적이었던 이 수술방법이 심장에서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심장에서는 긴 막대기를 가지고 정확하고 섬세한 동작을 해내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스파게티 국수만한 굵기의 혈관을 머리카락보다 가는 실로 꿰매야 하는 심장 전문의들은 결국 이 방법을 포기했다.

로봇 수술은 이런 경험 끝에 탄생한 방법이다. 즉, 환자의 가슴에 작은 구멍을 뚫어 기구를 삽입하되 기다란 막대기의 움직임을 컴퓨터로 제어하는 것이다.

로봇 수술법에서 앞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는 심장의 앞면이 아니라 뒷면이나 옆에 있는 혈관을 수술하는 법을 개발하는 것과 로봇 수술을 좀 더 쉽게 만드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가슴을 절개하지 않는 한 로봇의 작은 손가락과 가는 팔로도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예를 들어 환자의 가슴 중 어느 부위에 구멍을 뚫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운 문제가 될 수 있다. 환자마다 혈관이 다르기 때문에 의사들은 현재 정해진 공식이 아니라 경험에 의해 구멍의 위치를 결정하고 있다.

(http://www.nytimes.com/library/national/health/040400hth-robot-surgery.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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