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루그먼 칼럼]빌 게이츠의 권리

  • 입력 2000년 4월 9일 20시 50분


미국 시애틀 밖에 사는 사람 치고 마이크로소프트(MS·시애틀에 본사가 있음)를 옹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비록 온건하기는 하지만 MS에 대한 반대를 반대하는(anti-anti-MS) 쪽에 서 있다. 빌 게이츠 MS 회장에 대항하는 십자군 운동은 매우 나쁘고 위험한 선례를 남길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물론 운영체제(OS)시장에서 MS가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MS가 스스로 독점적 지위를 부인하려고 애쓰는 것은 오히려 자신에게 해가 될 뿐이다). 그러나 기술분야에서 독점 자체가 죄는 아니다.

반대로 미래 시장을 지배하려는 희망이나 전망은 모든 산업을 이끄는 힘이다. 아마존닷컴을 생각해 보라. 사람들이 언젠가 그 회사가 독점적 파워를 가질 거라고 믿기 때문에 아마존닷컴은 성장할 수 있었다. 만약 다른 인터넷 책판매 사이트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 아마존닷컴의 수익이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이 회사에 자본을 댄 투자자들은 실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캔자스(대규모 밀 경작지대)에 있지 않다. 밀 가공업자들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밀 값이 생산비용 밑으로 내려가는 그런 시장과 기술시장은 다르다. 첨단기술의 경쟁은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토너먼트와 같다. 그렇다고 이것이 영속하는 독점은 아니다. 훨씬 좋은 무엇이 나타날 때까지 유지되는 잠정적 독점이다.

MS가 소프트웨어의 경쟁자들을 파괴하지는 않았다. 소비자들에게 손쉬운 선택은 MS의 윈도와 함께 제공된 MS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소비자에게 해를 미쳤다는 증거는 없다. MS가 가격을 높게 책정한 것도 아니고 저질의 물건을 판 것도 아니다. 아이콘과 명령어를 표준화한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득이 됐다.

반(反)MS 쪽에서는 게이츠와 그의 일당이 새로운 ‘쥐덫’을 발명한 기술자에게 그 기술을 자신들에게 팔거나, 그렇지 않으면 윈도와 결합한 MS의 공짜 쥐덫과 경쟁해야 하는 공포의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MS를 분할하고 MS 같은 회사에 불이익을 가하겠다고 하면 공포 분위기를 끝장낼 수 있어 기술의 진보를 촉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처벌이 두가지 나쁜 선택 중에서 최악을 택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왜냐 하면 성공하면 처벌받는다고 하는 또 다른, 보다 나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MS가 당한다면 내일은 인텔, 궁극적으로는 시스코까지 당할 수 있다. 아마존닷컴도 독점적 위치가 된다면 법무부가 개입하게 될 것이다. MS를 치는 것은 미래의 진보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될 것이다.

두 가지 주장 다 근거가 있다. 하지만 게이츠에 대한 인상이 나쁘기 때문에 독점 판결이 나왔다는 얘기를 들을 때 주정부들이 MS를 처벌하려고 똘똘 뭉쳐 덤벼드는 것을 볼 때 나로서는 우리가 잘못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홍은택기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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