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포커스]지하철 소화물 운송/비용-시간 절약 이점

  • 입력 2000년 4월 5일 19시 54분


‘지하철을 화물 배달수단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서울 등 수도권지역에 거미줄처럼 쳐진 지하철망을 소규모 화물 전달수단으로 활용하자는 의견이 최근 민간 차원에서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등 행정당국은 지하철의 혼잡 가중 등 예상 가능한 여러 부작용을 감안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택배업체 '황금시장' 눈독▼

▽지하철 화물 운송 찬성론〓2개 업체가 ‘지하철을 이용한 택배사업’을 창안, 이미 특허청에 특허를 신청한 상태. 이들 업체 관계자들은 “지하철을 통해 물건을 배달할 경우 사회 경제적으로 물류비용을 줄이는 등 많은 이점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이미 깔린 지하철망을 이용하므로 사람이 직접 화물차 등을 몰고 도심을 통과하는데 따른 시내 교통혼잡을 덜 수 있다는 것. 또 고객이 제시간에 물건을 받을 수 있고 업체 입장에서도 차량구입비 등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 업체는 전동차마다 별도의 화물차량을 달거나 출퇴근 시간을 피해 화물전용 전동차를 편성하는 등의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이들은 지하철 물류사업이 본격화할 경우 5년 안에 1조원대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지하철역에서 물건을 받아 사무실이나 집 또는 원하는 곳까지 전달해주는 서비스까지 포함하면 시장규모가 엄청나게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중론〓서울시는 일단 지하철 화물 운송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하철을 통한 소화물 운송의 타당성을 검토해 봤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우선 전동차가 역에서 정차하는 시간이 30초도 채 안되기 때문에 이 짧은 시간에 화물을 싣고 내리는 것이 사실상 힘들다는 것. 또 지하철 혼잡도가 심각한 상황에서 전용 화물칸을 만들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내려진 물건을 승강장에서 역 구내로 가져가는 문제와 복잡한 환승 체계에 따른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것. 시민의 세금으로 만든 지하철을 택배에 이용해 민간 기업에 이득을 안겨주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짧은 정차-환승체계 걸림돌▼

서울시는 이에 따라 지하철을 이용한 화물 운반은 장기과제로 검토하면서 일단 7월까지 50여개의 지하철역에 물류포스트를 설치할 예정이다. 지하철역에 2, 3평 정도의 물류포스트를 만들어 택배업체나 일반인이 지상교통수단을 이용해 물건을 갖다놓으면 이를 수요자가 찾아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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