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검은탱크' 조니 맥도웰, 코리안드림 둥실

  • 입력 2000년 3월 30일 20시 44분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농구지존’은 바로 나다.”

3시즌 연속 정규리그 용병 MVP에 등극한 현대 걸리버스의 파워포워드 조니 맥도웰이 이번엔 챔피언결정전 MVP에도 오르겠다며 각오가 대단하다. 그가 MVP 욕심을 내는 것은 실력을 인정받아 외국인으로서는 최초로 팀의 주장자리를 꿰차고 싶기 때문.

현재 현대의 주장은 맥도웰과 71년생 동갑내기인 조성원.

지난해 10월 합숙훈련을 하다 보통 팀에서 나이가 제일 많은 선수가 맡는 주장에 조성원이 임명되자 맥도웰의 입이 한 자나 튀어나왔다. 나이를 몇 년 몇 개월로 따지는 미국인인 그의 눈에는 8월생인 조성원이 1월생인 자신을 제치고 대접받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

“만두(조성원의 별명, 맥도웰은 조성원을 항상 이렇게 부른다)가 왜 주장이 되느냐”며 따지는 맥도웰에게 신선우감독은 챔피언전 3연패를 하면 주장을 시켜주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을 받아내자마자 맥도웰은 싱글벙글 웃으며 어린애처럼 좋아했다. 맥도웰이 주장을 하면 후배들에게 어떻게 지시(?)를 할까. 영어로 할까. 천만의 말씀.

3시즌을 한국에서 뛴 맥도웰은 레지 타운젠드(삼보), 워렌 로즈그린(신세기)과 더불어 한국말을 잘하는 ‘친한파 3인방’ 중 한 명이다.

‘아줌마, 밥 줘’라는 말부터 배운 그는 가끔 주위를 어색하게 하는 반말이 거슬리지만 제법 자신의 생각을 한국어로 표현할 줄 안다.

맥도웰은 이제 절반 이상 한국사람이 됐지만 하마터면 그는 한국땅을 밟지 못할 뻔했다.

97년 트라이아웃에서 그는 ‘당첨자’ 20명 중 19위로 지명됐던 것.

당시 신선우감독이 눈독들이고 있던 선수는 LG에서 뛰다 올시즌 직전 도망간 버나드 블런트. 그러나 LG 이충희감독이 먼저 블런트를 뽑아버리자 신감독은 엉겁결에 맥도웰을 뽑았다. 블런트를 빼앗겼다고 생각한 신감독이 트라이아웃이 끝난 뒤 호텔에서 이충희감독과 심한 언쟁을 벌였을 만큼 맥도웰에 대한 기대는 거의 없었다.

한데 이게 웬일인가. 맥도웰은 ‘검은 탱크’라는 별명까지 얻어내며 코트에서 펄펄 날아 팀 2연패의 일등공신이 됐다. 그야말로 ‘흙 속의 진주’. 다른 팀들도 ‘맥도웰 타입’의 선수를 뽑는 것이 지상과제가 돼버렸다.

신선우감독은 “정말 좋은 선수다. 이제는 내 눈만 보고도 내가 뭘 원하는지 알 정도”라고 맥도웰에 대한 한없는 신뢰를 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리바운드 1위와 득점 2위에 어시스트에서도 2위에 오르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된 맥도웰. 29일 현재 3차전을 치르는 동안 평균 18득점(2위)에 리바운드 11.7개(1위)로 지난 시즌 못지않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이번에도 우승하면 주장까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맥도웰은 신바람이 나 지난 시즌보다 더 열심이다. 정규시즌에서 경기당 평균 5.15개의 실책을 저질렀던 그는 챔피언결정전에 와서 실책을 경기당 3개로 뚝 떨어뜨려 놓았다.

<전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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