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부형권/연발-연착이 관행이라니…

  • 입력 2000년 3월 29일 19시 46분


25일 오후 10시50분경(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공항 내 모 한국항공사의 카운터 앞. 11시 45분 출발 예정인 서울행 비행기의 좌석 배정을 위해 승객 100여명이 줄서 있었다.

승객들은 좌석 배정이 수십분씩 지연되자 “무슨 일이냐”며 초조해 했다. 그러나 항공사 직원은 “출발시간이 40분 정도 늦어지니 걱정하지 말라”며 태연하게 말했다. 11시가 넘어 받은 좌석권에 찍힌 출발시간은 예정보다 35분 뒤인 26일 0시 20분. 정작 손님이 다 타고 ‘진짜로’ 출발한 것은 0시 40분경으로 이보다 20분이나 더 늦었다.

예정시간보다 55분이나 늦게 출발하면서도 항공사측에서는 아무런 해명도 없었다. 기다림에 지친 승객 수백명의 표정은 피곤과 짜증으로 일그러졌다.

승무원에게 이유를 물으니 “김포공항은 오전 6시부터 문을 열기 때문에 기류 등을 고려해 그 시간에 맞추기 위한 것으로 종종 있는 일”이라는 무심한 대답뿐이었다. 공항 의자에서 허무하게 날려버린 승객들의 귀중한 시간에는 항공사 관계자 그 누구도 관심이 없었다.

같은 달 23일 타본 미국 항공사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비행기는 한국 비행기와 사뭇 달랐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비행기의 출발 예정 시간은 오전 10시14분. 10분도, 15분도 아닌 왜 14분인지 의아해 하며 ‘오기’로 시계를 봤다. 그런데 정확히 14분에 비행기문이 닫히더니 바퀴가 굴러가는 것이 아닌가.

이 항공사 관계자는 “출발시간은 손님과의 약속이자 계약이기 때문에 철저히 지키는 것이 당연하다”며 “부당한 연발 연착에 대한 신고 전화를 따로 운영할 정도”라고 말했다.

국내 모방송사 오락프로에서는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코리아 타임’을 없애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세계를 한국으로 연결하는 관문인 항공사부터 승객과의 약속이 얼마나 소중하고 엄격하게 지켜져야 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부형권<사회부>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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