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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3월 24일 19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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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 북한측이 우리의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을 때와 그 이후 과정을 되돌아보면 이번의 경우에도 그들의 속셈이 무엇인지 짐작이 간다. 미국과 고위급회담 준비회담을 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이 기회를 이용해 북-미(北-美)평화협정 체결 촉구와 NLL을 무력화시켜보자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 또 시기적으로도 작년처럼 꽃게잡이에 나설 때가 됐다. 일부에서는 남북화해 기류에 대한 북한 군부의 불만을 무마하고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주민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그같은 선포를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총선을 앞두고 우리의 정정불안을 유도하기 위한 술책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북한의 속셈이 무엇이든 우리는 이 문제에 관한 한 이미 확고한 원칙과 해결 방도를 마련해놓고 있다. 북한군이 NLL을 침범할 경우 이는 엄연한 도발이기 때문에 단호한 조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것과 NLL문제는 91년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 규정에 따라 논의하자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남북기본합의서의 ‘남북불가침 이행과 준수를 위한 부속합의서’ 제10조에는 “남과 북의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고 규정해놓고 있다. 이는 남북기본합의서가 전반적으로 이행되는 과정에서만 NLL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북한도 우선 남북기본합의서를 ‘가동’시키는 데 적극적이어야 문제가 풀릴 수 있다.
정부는 북한측의 ‘통항질서’선포가 상대적으로 비중이 약한 북한 해군사령부의 발표형식을 취한 사실에 주목하면서 군사적 대응을 극히 자제하고 가급적 대화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정부의 그같은 입장에 대해 북한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이냐는 것이다. 정부는 북한이 어떻게 나오든 유연하면서도 신속한 대응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햇볕정책의 성과에만 급급하다 보면 북한에 이용만 당하기 십상이다. 그러잖아도 야당측은 이번 일을 실패한 햇볕정책의 ‘본보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명심해야 할 것은 남북한간의 군사적 충돌을 피하는 일이다. 작년의 경우에도 보듯이 군사력이 첨예하게 대치하다 보면 우발적인 마찰이 생길 수 있고 그것은 결국 군사적 충돌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남북한 모두 그같은 사태가 전개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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