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혼월(婚月)

  • 입력 2000년 3월 23일 19시 37분


봄이 주는 상징성은 많다. 시인 李章熙(이장희·1900∼1929)는 봄을 고양이에 비유했으며 (봄은 고양이로소이다) 독일 시인 하이네(1797∼1856)는 ‘사랑의 계절’이라고 읊었다(봄).

春窮期(춘궁기)에서 보듯 봄은 배고픈 계절인가 하면 ‘靑春’에서는 싱그러운 젊음을 느끼게 한다.

그 뿐인가. 봄은 蘇生(소생)의 계절이며 한 해의 맨 앞이므로 ‘始作’의 의미도 있다. 一年之計在於春(일년지계재어춘·일년의 계획은 봄에 있음)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봄은 또한 만남의 계절이기도 하다. 소설을 보면 청춘남녀가 만나는 시기가 대체로 봄으로 설정된 경우가 많아 춘향전의 이도령과 춘향이가 만나는 것도 봄이다.

봄은 또 정욕의 계절이기도 하다. 동물학자들에 의하면 동물들은 봄이 되면 더욱 왕성한 생리현상을 보인다고 한다. 交合의 계절인 셈이다.

사람도 동물임에랴. 중국에서는 봄을 天地(천지)가 交通(교통)하고 萬物(만물)이 蘇生하며 陰陽(음양)이 交接(교접)하는 계절로 여겼다.

여기서 남자는 陽(양), 여자는 陰(음)이므로 봄은 結婚의 適期(적기)로 보았다. 특히 음력 2월에 결혼하면 天時(천시)와 地利(지리)에 부합된다 하여 ‘婚月’이라고 불렀다.

봄에 대한 인식은 우리 조상들도 중국과 다를 바가 없다.

곧 봄이 ‘靑陽’(청양)과 ‘發生’(발생)의 계절이므로 청춘 남녀의 계절로 보았다. 陰陽五行(음양오행)에서도 봄은 나무(木)에 해당되며 방향으로는 동쪽이 되어 남녀의 情感(정감)을 상징하고 있다.

이래 저래 봄은 청춘남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다. 결혼이 성한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478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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