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삼성 2연패 벼랑끝 '구세주' 싱글톤

  • 입력 2000년 3월 21일 19시 58분


그래도 믿을 선수는 그밖에 없다.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4강전에서 SK 나이츠에 2연패해 벼랑 끝에 몰린 삼성 썬더스의 마지막 ‘희망봉’은 용병 센터 버넬 싱글튼(30).

그는 누가 뭐라 해도 삼성 전력의 핵이다. 시즌 중 삼성 김동광감독에게 ‘상대팀과 비교해 전력이 어떠냐’고 물으면 “싱글튼에게 물어보세요”라고 할 정도로 그는 팀의 상승과 하강 기울기를 좌우했다.

지난 시즌 삼성은 59일 동안 1위를 달렸다. 이는 키 2m에 몸무게 102㎏의 거구이면서도 기교가 뛰어난 센터 싱글튼의 활약 덕분. 삼성은 당시 싱글튼이 발목부상으로 40일간이나 결장하자 6위로 간신히 플레이오프에 턱걸이했었다. 원년 꼴찌, 그 다음 시즌에 10개팀 중 8위를 했던 전력이 갑자기 상승한 것이나 그가 빠진 다음 추락을 연속한 것이 모두 싱글튼의 팀내 위치를 말해주는 대목.

올시즌 정규리그에서 그의 활약은 대단했다. 팀이 소화한 45경기 중 단 1경기만 결장하며 팀내 최다인 평균 22.5득점에 리바운드도 역시 최다인 10.6개. 한마디로 팀이 3위에 오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시즌 후반 싱글튼의 급격한 체력저하로 낭패를 볼 뻔한 삼성은 당시 그와 다음 시즌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내부결정을 했다. 뱀탕은 물론 알부민주사를 놓으며 체력이 돌아오길 기대했지만 속수무책.

만일 이창수 박상관 등 특급 식스맨이 없었으면 삼성은 막판 6강 플레이오프에도 떨어질 뻔했다. 하지만 SK와 플레이오프 4강전을 치르며 김동광감독은 재계약 여부를 다시 결정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용병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근성’을 싱글튼에게서 발견했기 때문.

오른쪽 허벅지 근육통을 앓던 싱글튼은 18일 1차전 1쿼터에서 급기야 근육파열이라는 부상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아픈 다리를 이끌고 27분을 뛰며 최선을 다했다.

2차전에선 상상을 초월했다. 37분25초를 뛰며 팀내 최다인 35득점에 리바운드 9개.

비록 팀은 패배했지만 그의 근성은 무서웠다. 종료 6분13초전 싱글튼은 레이업슛을 쏘기 위해 올라가다 SK 하니발과 충돌해 코트에 나동그라졌다. 하니발은 벤치로 돌아갔지만 싱글튼은 절뚝거리면서도 끝내 코트를 떠나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 김동광감독은 “사나이가 저 정도는 돼야지”라며 그의 ‘독종기질’을 높이샀다. 삼성이 후반 ‘대반란’을 일으킨다면 그것은 싱글튼의 손에서 시작될 것이 뻔하다.

<전창기자> je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