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항원사 도피 도와준 승려 구속…수뢰혐의 병무청간부 영장

  • 입력 2000년 3월 21일 19시 34분


98년 5월 이후 검군(檢軍) 수사망을 피해 꼭꼭 숨어있는 ‘병역비리의 몸통’ 박노항(朴魯恒·49)원사의 ‘머리카락’이 보이기 시작했다.

병역비리 합동수사반(공동본부장 이승구·李承玖 서울지검 특수1부장, 서영득·徐泳得 국방부 검찰부장)은 21일 박원사의 고향 후배로 그의 도피를 도와준 혐의를 받고 있는 승려 함월(含月·속명 김명훈·金明勳·44)을 붙잡아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합수반 관계자는 “‘함월을 잡으면 박노항도 잡을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두 사람은 82년경부터 호형호제하는 절친한 ‘술친구’”라며 “함월에게 박원사의 행적을 집중 추궁하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국내에 있다는 것만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합수반은 박원사가 일정한 주거지 없이 전국의 암자를 떠돌아다니는 함월의 도움을 받으며 인적 드문 절간 등에서 숨어 지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박원사 검거가 ‘초 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위기다.

검찰과 군검찰은 지난해 박원사의 최측근이 ‘함월’임을 밝혀냈으나 같은 법명을 가진 승려가 60여명에 달해 3개월간의 추적에도 검거하지 못하다가 2월 결성된 ‘박노항 검거반’이 16일 대전 둔산동 법조타운 앞을 활보하던 함월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합수반에 따르면 함월은 박원사와 군의관 등이 만나 병역비리를 도모하는 자리에 수차례 합석했으며 자신과 친한 불교 신도들의 병무 민원을 박원사 등에게 청탁하는 등 병역비리 브로커 역할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함월은 박원사 잠적 직후인 98년 6월에도 국군수도통합병원 군의관에게 1000만원을 건네며 조모씨의 의병전역을 청탁하고 99년 3월에도 병역비리 연루자의 부인 정모씨에게 “국방부 합동수사반에 남편의 선처를 부탁해 주겠다”며 교제비조로 1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합수반은 이날 96년 2월∼97년 7월 서울병무청 징병관으로 근무할 당시 병역비리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부하직원들로부터 총 35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창원지방병무사무소 소장 류정남(柳政男·58)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합수반에 따르면 류씨는 96년 5월 징병보좌관 하중홍씨(구속중)로부터 “아무 질병이 없는 유모씨에게 병역면제 판정을 내릴테니 이의를 제기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과 함께 1000만원을 받는 등 총 7차례에 걸쳐 3500만원을 받은 혐의다. 그러나 류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고 합수반은 밝혔다.

이에 대해 조계종은 김명훈씨가 90년 이후 승려자격을 상실해 종단소속 승려가 아니라고 밝혔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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