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여럿이함께/배움열기 가득 '만학 아줌마교실'

  • 입력 2000년 3월 21일 10시 51분


교복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수다를 떨거나 재잘거리는 10대 여고생…. 창문 밖으로 흑판 지우개의 희뿌연 분필가루를 털어내며 수업을 준비하는 40∼50대 중년의 아줌마….

인천 남구 학익1동 남인천중고(교장 윤국진)의 복도풍경은 이처럼 특이하다.

▼ 정규 中高졸업 자격 받아 ▼

여고생과 중년 여성들이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것은 남인천중고가 지난해 3월 주부들을 위한 정규 고등학교 과정을 마련한데 이어 3일 중학교 과정을 오전 시간에 개설했기 때문이다. 주부 학생들은 반만 다를 뿐 여고생과 같은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이 학교는 교육부에서 학력인정 사회교육 시설학교로 인가받았기 때문에 학생들이 검정고시를 보지 않고도 졸업하면 정규 중학교나 고교 졸업자격을 갖는다.

현재 중학교 215명, 고등학교 36명 등 모두 251명의 중년여성들이 10대 여고생 270여명과 같은 학교에서 공부하면서 배우지 못한 한을 풀고 있다.

이로 인해 대부분 주부인 중년여성들이 수업을 받고 있는 교실은 교사의 설명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늦깎이 학생’들의 진지함과 열정으로 가득하다.

이 학교 이만용(李萬鎔·48) 교감은 “대부분 40, 50대의 만학도인데도 배우려는 의지가 너무나 강해 일반 학생들의 학급보다 진도가 2배 정도 빠르다”며 “분위기가 너무 진지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배우는 기쁨 외에도 학창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스스로 찾고 있다.

반장 부반장 등 학급 대표를 직접 뽑는 것은 물론이고 1주일에 주번 2명을 정해 칠판 정리, 물 떠오기 등을 분담하고 있다.

▼ 40∼50代 251명 면학 ▼

이들 늦깎기 학생들은 4월에는 도시락을 준비해 인천대공원으로 즐거운 소풍을 떠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중학교 1학년 2반 김모씨(42·여·남구 학익동)는 “아이들이 신학기에 생활기록카드를 작성하려고 학력을 물어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며 “그러나 지금은 중학교 2학년인 아들과 즐겁게 같이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863-9941

<인천〓박정규기자> jangk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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