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Business]하이트박사 신간 '性과 기업'

  • 입력 2000년 3월 16일 19시 35분


쉬어 하이트 박사는 1976년 여성의 성을 조사한 ‘하이트 보고서’를 통해 큰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계속해서 결혼생활에 대한 여성들의 불만, 사랑에 대한 남성들의 혼란, 핵가족의 내부 붕괴 등을 다룬 하이트 보고서들을 발표했다.

이처럼 성의 정치학을 연구하면서 25년을 보낸 그녀가 이제는 기업의 세계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최근에 펴낸 책 ‘성(性)과 기업’은 단순히 기업의 사무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묘사한 책이 아니다. 그렇다고 비서나 직장 상사와 바람을 피우는 이야기를 담은 책도 물론 아니다. 하이트는 이 책을 통해 기업문화 속에 새로운 사회질서를 창조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 청사진이 사회의 다른 부문에까지 스며들어가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하이트는 1987년에 ’여성과 사랑에 대한 하이트 보고서’를 발표한 후 일부 사회과학자들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았다. 그녀의 조사방법이 잘못됐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결국 1996년에 미국국적을 포기하고 남편의 고향인 독일국적을 취득했다. 그녀는 현재 주로 파리에서 활동하면서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일본, 베를린 등지에서도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녀는 자신에게 박사학위를 수여한 도쿄 니혼 대학의 교수직도 가지고 있다. 하이트는 이 모든 경험들이 기업문화에 대한 국제적인 시각을 갖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하이트는 기업의 세계로 연구 방향을 돌린 이후 사람들이 직장에서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와 가족이나 친구를 대하는 태도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여성들은 직장에서 ‘착한 딸’이나 희생을 무릅쓰는 누이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고, 남성들은 여성 동료를 아내나 정부, 혹은 어머니처럼 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하이트는 직장에서 이성 동료를 대하는 태도를 새로 개발함으로써 사무실의 역학관계를 변화시키면 다른 인간관계들도 좋게 변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녀는 “가족을 변화시키는 것보다 기업을 변화시키는 편이 더 쉽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남성과 여성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하이트의 이론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춘기에 남성들이 겪게 되는 일들에 대한 이해이다.

하이트는 남성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같은 또래의 남성 친구들의 의견 속에 갇혀버린다고 말했다. 그녀는 “남성들은 사춘기 때 학교의 싸움 대장들이 ‘엄마 치마폭에 매달리는 짓은 그만둬. 네가 남자라는 것을 증명해 봐’라고 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는 것처럼, 직장에서 여성들을 대할 때도 역시 남성 동료들로부터 같은 메시지를 받아들인다”면서 “그러나 남성들이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기만 하면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트는 주로 남성들이 변할 필요가 있다고 믿고 있다. 그녀는 “여성들은 대개 심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이미 변화했다”면서 “남성들은 매우 불안한 상태이다. 직장에서 조금만 변화가 일어나도 남성들은 기본적인 정체감에 위협을 느낀다. 전통적으로 남성들은 싸움터나 직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왔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남성들은 이런 문제를 누구하고도 이야기할 수가 없다. 남성들끼리 이런 문제에 관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 나온 일부 연구들은 노동력의 부족과 인터넷의 등장 덕분에 기업에서 여성들을 위한 기회의 문이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하이트는 예나 지금이나 여성들은 30대가 되면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것과 직장생활을 병행할 수 있을지 고민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이트는 독일의 거대 출판 기업인 베르텔스만의 전 회장인 마크 보스터와 인터뷰를 하는 도중 보스너가 이 문제를 언급했을 때 아주 상냥한 목소리로 “아, 그렇다면 레즈비언을 고용하면 아주 좋겠네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가 이 말을 들었을 때의 표정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트는 여성들이 직장에서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로 기업들이 내세우는 것, 즉 임신과 출산은 진짜 이유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여성들의 성공을 가로막는 것은 편견이라는 것이다.

(http://www.nytimes.com/library/financial/personal/031200personal-work.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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