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후보 '언더 더 선'

  • 입력 2000년 3월 16일 19시 35분


올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스웨덴 영화 ‘언더 더 선(Under The Sun)’. 영화는 구름이 뭉실뭉실 흘러가는 푸른 하늘과 황금빛으로 빛나는 시골 풍경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해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알쏭달쏭한 나레이션.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그것은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의 승리를 일컫는다.

영화는 서른아홉의 나이에도 숫총각인 농부가 젊고 매력적인 가정부를 만나면서 겪는 ‘감정의 변주곡’을 느리지만 섬세한 감각으로 보여준다.

어머니가 죽자 홀로 농가를 지키면서 살아가는 올로프(롤프 라스가르도 분)는 어느 날 신문에 젊은 가정부를 찾는다는 구인광고를 낸다. 관능적이면서도 우아한 매력을 지닌 엘렌(헬레나 베르스토롬)이 가정부로 들어오면서 먼지와 옹색함으로 가득했던 올로프의 낡은 집은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올로프의 친구를 자청하는 건달 에릭(요한 비더버그)은 묘한 질투심을 느끼면서 엘렌에게 추근거린다.

1993년 ‘The Last Dance’, 94년 ‘House Of Angel’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후보에 올려 놓았던 콜린 너틀리 감독은 1950년대 스웨덴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에 복고적인 낭만 풍의 색을 입혔다. 빠르고 감각적인 화면과 비트가 강한 음악, 얽히고 설킨 지그재그형의 스토리로 특징지어지는 요즘 영화의 경향과는 거리가 멀다.

‘팬티엄급’ 사랑 처리에 익숙한 젊은 세대라면 힘겹고 더디기만 한 올로프와 엘렌의 사랑이 궁상맞게 보일 수도 있다. 유감스럽게도 이 작품의 매력은 느린 속도에서 파생된다. 잠깐 스쳐가는 배역을 빼면 등장 인물은 올로프, 엘렌, 에릭 등 단 세 명. 하지만 영화는 망원경을 통해 세 주인공을 감시하듯 관찰하면서 내면의 심리를 담아냈다.

문맹에 숫총각인 올로프와 사랑이 없는 결혼을 피해 시골로 온 엘렌. 각기 콤플렉스가 있는 두 중년이 새로운 사랑에 눈뜨면서 겪는 줄다리기와 극 중에서 훼방꾼으로 설정된 에릭이 유발하는 갈등이 흥미롭다.

북유럽 영화의 췌취도 강하다. 초록 연두 황금색의 목가적인 화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시냇물처럼 졸졸졸 흐르는 음악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라스트신에서는 믿음에 가까운 사랑의 여운이 그대로 전해진다. 엘렌이 불행했던 결혼생활을 정리하고 돌아오자 올로프가 문맹임을 고백하면서 과거 그로부터 받아두었던 편지를 꺼낸다. “당신이 읽어주세요.” 18세 이상 관람가. 18일 개봉.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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