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제3시장 3월개장?…규정 미비 10억이상 거래못해

  • 입력 2000년 3월 15일 19시 21분


금융감독위원회는 이달 6일 2단계 구조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42개 세부과제를 추출했다. 과제별로 3월 세부추진계획을 세워 공개한 것은 추진력을 실어주기 위한 조치.

그러나 세부계획에 그동안 차일피일 미뤄온 ‘제3시장(비등록 비상장 주식 거래중개시스템) 개장’을 포함한 것이 무리수였음을 드러냈다. 시장운영을 감시할 감독규정이 15일까지도 상당부분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소수 주주들의 주권매각에 대한 규정이 미비하고 관련 부서간 해석상의 논란도 불거졌다.

▽‘일단 개장은 한다’〓김영재(金暎才)금감위대변인은 최근 개장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일자 “3월 개장은 불변”이라고 못박았다. 매출(구주매출 및 신주공모)이 10억원 미만인 거래의 경우 금감위 신고가 불필요한 만큼 증권업협회가 호가중개대상종목으로 ‘지정’만 하면 3일 이내 거래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매출 10억원 이상 거래의 경우엔 유가증권 신고서를 당국에 제출해야 하고 이후 15일 동안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3월 거래가 불가능하다.

현재 제3시장 종목지정을 ‘희망’한 기업은 220여개. 액면가의 수배에 달하는 자본이득을 노리는 업체가 많아 예상 거래대금은 대부분 10억원을 넘길 전망. 금감위는 제3시장이 개장 후 ‘사실상 폐업상황’에 빠질 것을 우려, “소수 종목만으로 가동해야 할지를 증권업협회 등과 협의하겠다”고 발을 빼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소수주주 보호조항이 없다〓당국에 내는 유가증권신고서는 복잡하기로 유명하다. 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가 아닌 소수 주주가 10억원이 넘는 거래에 나설 경우 사실상 ‘절차상의 장벽’과 맞닥뜨리게 된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지분 5% 미만인 소수 주주에 한해 신고서 제출의무를 면제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재경부와의 정책협의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담당자도 자신하지 못했다.

▽‘시장’이냐, ‘게시판’이냐〓거래소 및 코스닥시장과 달리 제3시장 거래엔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10∼20%)가 예정돼 있다.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시장이란 개념보다는 ‘정부가 장을 마련한 중개시스템’인 만큼 차익에 대한 과세는 당연하다는 입장. 금감원이 시장, 거래대금이란 용어대신 중개시스템, 매출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그러나 이같은 해석은 “제3시장을 왜 만들었느냐”는 시장의 반론에 곧 묻혀버린다. 무엇보다도 양도세 부과과정에서 세원이 노출되기 때문에 지하시장의 큰손이 뛰어들 가능성을 봉쇄한다는 지적이다. 이미 명동의 장외시장에서는 ‘큰손’들이 세원노출을 꺼려 제3시장 지정가능성이 큰 보유주식을 대량 처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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