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천적'관계 알면 PO재미 두배

  • 입력 2000년 3월 13일 19시 25분


플레이오프 열전이 거듭되면서 선수간의 ‘천적 관계’가 승부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프로농구에서 대표적인 천적은 김영만(28·기아 엔터프라이즈)과 문경은(29·삼성 썬더스). 둘다 내로라하는 팀의 간판 슈터다.

외곽슛에서는 지난 시즌까지 2년 연속 3점슛왕에 오른 문경은이 앞서는 반면 김영만은 커트인 플레이 등 내외곽 가리지 않는 다양한 공격 루트를 자랑한다.

하지만 둘 사이의 공식은 중앙대와 연세대 재학 시절부터 ‘김영만이 앞에 서면 문경은의 슛은 없다’였다.

김영만은 발놀림이 빨라 사이드스텝으로도 상대를 따라갈 정도. 이에 비해 문경은은 오픈찬스가 아니면 슛정확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한마디로 김영만 앞에서 문경은은 그야말로 ‘고양이 앞의 쥐’.

그러나 9일 삼성-기아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경기 종료 33초전 문경은이 김영만을 앞에 세워 놓고 통쾌한 역전 결승골을 쏘아 올린 것. 그렇다고 천적 관계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김영만이 후반에 문경은에게 5점에 묶였지만 이는 김영만이 4쿼터초 심한 발목 부상을 당한 상태에서 출전을 강행했기 때문.

이유야 어찌됐든 11일 2차전에서 기세가 오른 문경은은 ‘천적’김영만이 코트에 나오지 못하자 펄펄 날았다. 3점슛 3개를 연달아 터뜨리며 19득점에 블록슛도 4개나 올렸다.

게다가 문경은은 심리적으로 ‘김영만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질수 있었다.

이들과 상황은 다르지만 김승기(28·삼보 엑써스)와 홍사붕(29·SBS 스타즈)도 천적관계다.

중앙대 90학번 동기인 둘은 포지션이 겹쳐 처음부터 ‘눈 터지는 경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홍사붕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자신의 전성기 시절 지도자 전규삼 전 송도고코치(85). 반면 김승기는 정봉섭 전 중앙대감독(55)을 최고로 꼽는다.

고교 시절 펄펄 날던 홍사붕은 힘이 장사인 김승기의 그늘에 묻혀 지냈다. 이런 관계는 상무시절까지 그대로 이어지더니 12일 삼보와 SBS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도 나타났다.

SBS의 주전 포인트가드로 팀의 2연승을 주도한 홍사붕. 부상당한 허재의 ‘대타’로 김승기가 나타나자 이전 경기의 12.5득점에서 2득점으로 뚝 떨어졌다. 반대로 평균 5점을 넣던 김승기는 17득점을 올리며 팀의 플레이오프 4강 진출의 희망봉으로 우뚝 솟아올랐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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