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분쟁]과도한 일임매매 손실시 증권사-고객책임반반

  • 입력 2000년 3월 12일 19시 49분


자칭 ‘N세대’인 A씨. 지난달 신용카드 대금 결제마감일에 B은행의 ARS 현금서비스 이체거래를 통해 오후 8시경 100만원을 결제계좌로 송금했다. 그러나 B은행이 “마감을 넘겼으니 1일분 연체이자를 내야 한다”고 통보하자 그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국을 찾았다. 결과는 은행측의 판정승. 금감원 관계자는 “ARS 텔레뱅킹 및 인터넷 현금서비스 등을 통한 자금이체는 은행 영업시간(오전9시반∼오후4시반)에 마쳐야만 당일 입금으로 처리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뒤늦게 증시에 뛰어든 초보투자자 C씨는 D증권에 계좌를 트면서 직원에게 매매를 맡겼다. 그러나 직원이 영업실적을 올리기 위해 빈번하게 주식을 단타매매하는 바람에 손해를 입었다고 증권사에 항의했다. 그러나 D증권은 “매매를 위임하지 않았느냐”며 손해배상을 할 수 없다고 버텼다.

금감원은 C씨의 분쟁조정 신청에 따라 거래내용을 조사해 ‘위임의 의도를 벗어나’ 과도하게 매매를 한 사실을 밝혀냈다. 월평균 매매회전율, 손해액 대비 거래비용률 등이 근거. 그러나 “고객도 매매거래 내용을 확인, 이의를 제기할 수 있었는데도 방치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손실액의 50%는 고객의 책임”이라고 판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 분쟁에는 당사자간 주장이 상이한 경우가 많다”며 “증권사가 매매주문 내용을 녹음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것”을 권유했다.

최근 E생명보험으로부터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당한 P씨. 그는 보험가입 1년이 지나 암에 걸렸다는 판정을 받고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E생명은 “보험계약서상 ‘최근 5년 내 병에 걸렸거나 증상이 심해 7일 이상 치료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의에 P가 거짓말을 했다”며 2년 전 P씨가 직장 건강검진에서 B형간염 보균자 판정을 받은 사실을 들춰냈다.

금감원 조사 결과 P씨는 B형간염 보균자였으나 7일 이상 치료받지 않았고 정상적인 생활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본인이 중대한 질병으로 의식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 P씨는 결국 보험금을 탔지만 금감원은 “보험청약서의 고지의무란을 꼼꼼히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삿짐차 운전사인 R씨는 짐을 옮기기 위해 사다리차 적재함에 올라갔다 미끄러져 2개월 치료를 요하는 골절상을 입었다. 그러나 보험사인 S사측은 “운전 중 일어난 사고가 아니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R씨는 “차의 시동이 켜져 있었다”고 항변했으나 S사는 “본인의 부주의 탓”이라며 요지부동이었다.

금감원의 판단은 S사의 손을 들어줬다. 자동차보험에 규정된 ‘자기신체 사고’는 ‘자동차 운행 중 일어난 모든 사고’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운행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을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것. 그러나 R씨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이삿짐 운반회사의 대표에게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다.

지난달 금감원에는 A, C, R씨처럼 억울함을 호소하는 민원이 하루 평균 30건 이상 씩 모두 1008건이나 접수됐다. 이중 금융기관이 인정한 민원은 404건으로 수용률은 40.1%.

민원이 가장 많은 분야는 손해보험(329건)으로 나타났고 은행금고 생보 증권 순이었다. 가장 빈번한 분쟁유형은 은행금고 분야의 여신담보와 보험사의 보험금 산정문제.

1, 2월 동안 접수된 분쟁 민원은 202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 늘었지만 금융기관의 민원수용률은 지난해에 비해 2.6%포인트 낮아졌다. 금감원은 “민원인들이 규정을 잘 이해하지 못해 분쟁조정을 신청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자세한 분쟁유형은 금감원 홈페이지 www.fss.or.kr 참고).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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