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배인준/인맥경고 전후

  • 입력 2000년 3월 3일 19시 17분


‘지역감정의 뿌리를 키운 최대의 영양분은 지역편중 인사다. 그런 점에서 지역색 인사를 자행하거나 부추기는 자들이야말로 지역감정의 진짜 조장자다.’ 필자가 지난달 11일자 본란에 이런 요지의 글을 쓰자 몇몇 독자가 ‘흑과 백’의 의견을 보내왔다.

▷어느 분은 전화로 이렇게 말했다. “전라도 사람은 아직도 대접을 제대로 못받고 있다. 실상도 모르면서 멋대로 편중인사로 몰아가는 당신이 바로 지역감정 조장자다. 당신 같은 사람을 신문사에서 쫓아내고 말겠다.” 통화중에 필자가 ‘과거정권 때는 영남중심 편중인사를 비판했다’고 말하자 이 독자는 “그때는 경상도가 다 해먹었으니 그렇고, 지금도 그쪽이 더 많다는 통계도 못봤느냐”고 반문했다. 반면에 금융감독원 퇴직자라는 어느 분은 금융감독기관과 금융권의 사례들을 실명(實名)으로 열거하며 “이 정부가 멀쩡한 사람들한테서 사표를 받고 지역편중 인사를 해온 실정이 이렇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22일자 ‘동아광장’란에 ‘당신이 깬 안정’이라는 글을 쓴 뒤엔 20여명의 독자로부터 E메일 전화 팩스 등을 받았다. ‘정부여당 내부문제는 제쳐놓고 남의 탓만 하면서 안정론을 펴는 건 호소력이 약하다’는 논지에 대한 반박과 공감이 엇갈렸다. 어떤 분은 인터넷에서 필자의 출신지까지 확인했다며 “당신은 동아일보를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한 독자는 공직인사와 관련해 이런 내용의 E메일을 보내왔다. “나는 민주당 지지자이지만 오늘 글에 적극 동감한다. 특히 정부산하기관들을 여당 잉여인력 집합소로 만든다는 지적은, 나의 직장(금융관련협회) 주변에서 실제로 늘 보는 일이다. 구석구석의 이런 비리들이 모여 사회가 혼탁해지고 어느 집권자든 서서히 나락으로 향하는 게 아닌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최근 “호남 일부고교 중심의 공직사회 인맥과 정실인사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경고한 데 대해 이런저런 풀이가 뒤따른다. 그런 말 때문에 호남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지는 않을 것으로 믿으며 타지역 유권자들을 달래려고 행한 선거용 발언일 것이라는 불신도 없지 않다. 불신은 말과 일치하는 행동으로 녹일 수 있다.

<배인준논설위원>injo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