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이창호-루이 명예건 한판…3일 KBS특별대국서

  • 입력 2000년 3월 1일 19시 31분


예측가능한 게임은 재미없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바둑 팬들은 즐겁다. 11년간이나 꼼짝하지 않았던 이창호 조훈현 유창혁 서봉수 9단 등 이른바 ‘4인방’의 ‘철옹성’이 깨졌기 때문이다.

그 주역은 지난달 21일 조훈현 9단을 꺾고 최초의 여성 국수위에 오른 루이나이웨이(芮乃偉) 9단의 ‘대륙풍’이다.

3일 KBS창사특집으로 마련된 이창호 9단과 루이 9단의 특별대국. 비록 주요 기전이 아닌 이벤트성 대국이지만 여러 면에서 관심이 집중되는 한판이다. 명실상부한 세계 랭킹 1위와 여류 세계 최강이자 국수전 우승으로 ‘반상의 성혁명’을 일으킨 주역의 대결이기 때문이다. 객관적 전력에서는 ‘신산(神算)’ 이 9단이 앞선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 9단은 기성 명인 왕위 등 국내 5개 대회와 삼성화재배 동양증권배 등 2개의 국제대회 우승자로 세계 바둑계의 맹주로 군림하고 있다. 올해초 한국기원이 세계대회의 성적을 토대로 발표한 세계 랭킹에서도 1999년은 물론 90년대를 통틀어 ‘부동의 넘버 원’이었다.

하지만 입신(入神)이라는 두 고수의 대결에서는 한 수 삐끗하거나 늦춰도, 승리가 패배로 얼굴을 바꾸기도 한다. 당일 얼마나 제 기력(棋力)을 발휘하느냐도 승부의 관건이 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루이의 기세는 이 9단을 위협할 만큼 만만치 않다. 그는 이미 제1회 흥창배세계여자바둑선수권대회와 국수전 패권을 차지하며 바둑사를 바꿔놓았다. 중국 마샤오춘(馬曉春) 9단 등 세계 정상급기사들이 겪고 있는 ‘이창호 콤플렉스’도 그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두 기사의 역대전적은 2승1패로 오히려 루이 9단의 우세. 공교롭게도 92년과 96년 잉창치배 대회에서 만나 1승씩을 주고 받았다.

그리고 2월 4일 3번째 만난 국수전 도전자 결정전이 바로 ‘루이 돌풍’의 전주곡이었다. 루이 9단은 이 대국에서 백으로 147수만에 이 9단에게 불계승을 거두고 도전권을 따낸 뒤 우승까지 차지했다. 이 9단에게는 이 대국이 세계 최강의 명예가 걸린 중요한 일전이 아닐 수 없다. 또 국수전에서 사제가 루이 9단에게 잇따라 진 빚도 갚아야 한다.

문용직 4단은 “이 9단이 더 부담스럽겠지만 국수전에서 우승한 루이 9단도 압박감에서 자유롭지는 않다”면서 “심적인 부담을 떨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평소의 3, 4시간이 아닌 제한시간 30분에 30초 초읽기 5회의 속기전 방식도 승부를 가늠할 변수다. 덤은 6집반. 이 대국은 KBS 1TV와 위성1TV로 낮12시10분부터 3시간 동안 생중계된다.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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