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0년 2월 20일 20시 02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18일밤 서울 여의도에서 발생한 지하공동구 화재는 도시의 안온한 삶도, 그 휘황찬란한 불빛도 지극히 취약한 바탕 위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광케이블 배전선로가 들어 있는 지하공간에서 발생한 이 한 건의 화재로 국내 금융의 중심지 여의도 일대는 통신이 두절되고 아파트단지가 암흑천지로 바뀌는 등 도시기능이 순식간에 마비상태에 빠졌다.
이번 사고의 심각성은 무엇보다 화재가 일어난 후 17시간이나 불길을 잡지 못한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어디든 지하공동구에 불이 나게 되면 속수무책이라는 사실을 잘 말해 준다. 땅밑이라는 특성 때문에 화재시 접근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소방당국이나 관계당국이 책임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도시기능에서 지하공동구가 중요한 만큼 제도나 시설 면에서 평소 그에 걸맞은 대비책이 마련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94년 서울 종로5가 지하 공동구에서 똑같은 화재사고를 겪은 바 있다. 당시에도 수도권 지역에서 7만가구의 통신망이 마비되는 등 ‘통신대란’이 빚어졌다. 이 충격적인 사고 이후 당국은 각종 대책을 세운다며 법석을 피웠으나 이번 사고를 통해 그 당시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음이 드러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동구 내부에 불길을 차단하는 방화벽이나 연기를 밖으로 빼내는 배연시설이다. 당시 사고 이후 이같은 시설의 필요성이 강조되었지만 현재 국내 어느 공동구도 제대로 된 방화벽과 배연시설을 갖춘 곳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공동구내에 있는 케이블의 피복물질도 불에 타지 않는 재료로 해야 하는데도 이 또한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방재관리도 허점투성이로 당국의 안전불감증이 여전함을 보여준다. 여의도 공동구는 화재 진압에 필수적인 지하지도조차 아직 확보되어 있지 않다. 또 이 곳은 96년 서울시 안전점검 때 누전위험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으나 최근까지도 시정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방재전문가들 사이에는 외국처럼 공동구 방재에 대한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같은 법적 제도적 보완작업과 아울러 국민 모두가 지하공동구 같은 새로운 도시기반 시설의 중요성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