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정식/국토균형발전 새틀 마련을

  • 입력 2000년 2월 18일 19시 23분


전국 대부분 지역이 도로 공항 등 교통시설에 거의 같은 시간대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주택 토지 용수 등 기반시설도 지역간에 그리 큰 차이가 없다. 그러므로 지역균형 발전도 이제는 지역간 성장과실의 균등배분 차원에서 논할 것이 아니라 그 장소에서 살고 있는 사람을 위한 발전이 돼야 한다.

지역간 경쟁과 참여의 원칙 밑에서 각 지역의 잠재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는 발전이 그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분산화 분권화 분업화 전략을 통해 지역간에 공평한 발전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분산화는 수도권 기능을 지방으로 계속 분산시킴으로써 지방에 경제 사회적 발전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재정경제부는 수도권 기업의 지방이전 지원시책을 발표했다. 이전기업의 법인세 5년간 100% 감면, 이후 5년간 50% 감면의 세제지원과 연이자율 7.5%의 금융지원 등이다.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 획기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법인세의 추가감면, 기업이전과 함께 이주하는 근로자의 소득세 감면, 주택마련에 필요한 금융지원 등이 검토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 유치하는 사회기반시설(SOC) 민간투자사업의 차등지원이 필요하다. 투자준비금에 대한 손금처리 비율의 상향조정, 농지전용부담금 등 각종 부담금 면제 등을 통해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기회의 형평성이 제공돼야 한다. 벤처기업의 창업도 차등지원을 통해 지방의 지식산업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

분권화는 지방화 시대에 걸맞게 지방의 행정 재정권한을 확대하는 것이다. 지방에 공무원의 직급과 보수결정의 자율성이 주어져야 한다. 유능하고 패기있는 전문가들을 영입해 수도권에 버금가는 인재풀이 지방에서도 양성돼야 한다. 다음으로 부처별 사업별로 세분화한 정부보조금의 상당 부분을 포괄적인 보조금제로 전환해 지방 실정에 맞게 우선 순위를 정해 사용토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중앙정부는 보조금 사용에 대한 사후평가와 감독에 치중하면 된다.

분업화는 지역마다 특성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국가 전체적으로는 경쟁력을 갖춘 지역별 특화산업과 전문 기능을 육성하는 것이다. 제4차 국토종합계획에서 제시한 지방대도시의 산업수도 육성이 여기에 해당된다. 대구의 밀라노 프로젝트를 비롯해 도시별로 국제물류산업 첨단 광(光)산업 영상산업 등을 발전시켜 이들을 수도권에 대응하는 지방거점으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지방의 문화관광 등 특화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간에 공동으로 추진하는 광역프로젝트에 정부가 우선 지원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3개도 7개시군이 포함된 지리산통합문화권 남해안관광벨트 경북북부유교문화권 백제문화권 등은 문화우위 시대에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지역이다.

낙후지역 개발전략으로 추진되는 8개 개발촉진지구에도 민간투자사업이 적극 유치돼야 한다. 이들을 민간투자법상의 민간투자대상사업에 흡수해 충분한 지원을 해야 지구 지정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새 천년을 맞아 출범한 ‘지역균형발전 3개년 기획단’에 거는 기대가 크다. 국토의 어느 곳에 살든지 국민 모두에게 교육 일자리 의료서비스 등 각종 사회복지제도에 아무런 제약없이 균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모두가 풍요롭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것이 지역균형발전의 참모습일 것이다.

그럴듯한 계획을 세워 경제적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지역개발은 어찌 보면 인간적인 목표가 없는 행진, 자아실현이 없는 풍요의 허상일 수도 있다. 지역간 형평보다는 기회의 형평성을 통해 개인의 자아실현이 우선되는 지역균형발전의 패러다임은 우리에게 아직도 사치스러운 발상일까?

이정식<국토연구원 원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