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이수성/현 정치상황에 대한 나의 입장

  • 입력 2000년 2월 14일 20시 18분


새 천년의 소망으로 가슴이 설렌 지 한달이 지났습니다. 신년벽두의 초심(初心)은 간데 없고, 우리 사회와 정치는 여전히 세기말적 혼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급변하는 국제사회의 엄혹한 현실 속에서 민족의 생존과 번영의 길을 가꾸어가야 합니다. 그러나 주변 곳곳에서는 아직도 과거가 미래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그 발목잡기의 중심에 낡은 정치의 기득권 고수의지가 도사리고 있음을 국민은 잘 알고 있습니다.

정치권력은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필요할 뿐입니다. 지휘부의 위선과 탐욕으로 온 국민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후진적 정치행태가 더 이상 선진화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저는 그동안 여러 차례 여러 분으로부터 과분한 정치적 제의를 받았습니다. 과분한 예우로 입당요청을 받기도 했습니다. 장기표씨를 비롯하여 국민으로부터 적어도 신뢰는 받고 있는 좋은 후배들이 당을 만들고 총재직을 제의하기도 했습니다.

고향의 선후배들로부터 우리나라 모든 지역을 먼저 사랑하고 포용함으로써 민족의 화합, 번영과 일치하도록 하기 위하여 새로운 (전국)정당의 태동이 필지적이라는 확신과 함께 신당의 대표가 되어달라는 요청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정치가 이 지경인 상태에서 제 능력의 한계를 알고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몰아붙이는 여야의 쟁투에 섞이는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우리 민족은 세계에서 가장 선하고 정깊은 민족입니다. 우리 원모습 그대로 민족화해와 단결, 그리고 새로운 정치의 모습이 보일 때 작은 힘이라도 다해야 한다는 의무감은 큽니다. 그러나 국민의 한사람으로 그리고 서울대교수 총장과 국무총리를 거치면서 받은 국민의 은혜를 갚지 못하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라도, 처음부터 이번 총선에 어떤 형태로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일관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 나라는 결국 우리의 나라입니다.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한량없는 은혜를 입은 사람으로서 저는 몰지각한 음모와 붕당싸움을 종식시킬 수 있는 민족화합의 정당, 깨끗하고 새로운 정치세력이 생겨난다면 밝고 청정한 조국의 미래를 위하여 가장 작고 낮은 역할이라도 다하는 것이 제 의무라는 생각을 굳히고 있습니다.

저는 2년동안 민주평통에 몸담고 있으면서 민족의 평화와 화해, 통일을 위해 미력이나마 힘써 왔습니다. 제가 접한 민주평통의 인사들은 모두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사랑과 겸손의 자세로 민족의 화해와 단결을 위해 애써오셨음을 압니다. 앞으로 민주평통의 직분을 맡든 안맡든 저는 민족의 화해와 단결을 위해 작은 밀알이 되고 싶은 심정을 지녀갈 것입니다.

책략에 익숙한 정치인이 되는 것을 거부하면서 이땅의 평균인들과 함께 참여하고 함께 일깨워지는 가난하고 소박한, 그러면서도 올바르고 미래지향적인 시민정신에 작은 힘이라도 다 바치고자 합니다.

이 땅에는 선진사회로 나아가려는 열정과 에너지가 충만해 있습니다. 사회적인 그리고 개인적인 도덕성을 바로 세우는 가운데, 어려운 이웃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넘쳐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오직 한가지 애국적 열성과 민족에 대한 무한한 헌신을 갖고 21세기의 국가적 생존과 구성원간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헌신할 때입니다.

국민여러분, 그리고 모든 정치인들이 동서와 상하와 남북간에 겹겹이 쌓인 분열과 파쟁의 한 시대를 끝내고 화해와 통합의 새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각별한 분별과 자성이 요청됨을 외람되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 역시 스스로의 온갖 부덕함과 과오에 대하여 성찰하면서 ‘동서 상하 남북간의 대통합’의 신시대를 위해 가장 낮은 곳에서 미력이나마 나머지 힘을 다할 각오입니다.

이수성(민주평통 수석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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