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Science]빅뱅규명 '쿼크-글루온' 재현

  • 입력 2000년 2월 14일 07시 13분


유럽의 입자 물리학 연구소인 CERN의 과학자들이 빅뱅 직후의 우주에 풍부하게 존재했을 것으로 생각되는 원시적인 형태의 물질을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의 연구성과는 과학적 중요성 면에서 최초로 원자를 쪼개 원자의 구성요소들을 확인했던 과학적 성과와 맞먹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또한 우주가 탄생한 최초의 순간과 빅뱅의 원인을 밝혀내는 데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원시적인 물질은 쿼크와 글루온이라고 불리는 입자들이 강하게 압축된 기체 형태를 하고 있다. 쿼크와 글루온은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원자 속에 들어있는 양성자와 중성자 같은 보통 입자들의 초석이 되는 입자들이다. 쿼크와 쿼크를 강력하게 결합시키는 글루온은 대개 한데 합쳐져 양성자와 중성자를 형성하며 결합력이 매우 강해서 보통 입자에 아무리 강한 충격을 주어도 그 결합이 깨지지 않는다. 따라서 CERN의 학자들은 원시적인 물질을 만들어내기 위해 양성자와 중성자에 강한 열과 압력을 가해서 이 입자들을 녹여 쿼크와 글루온으로 나눠지게 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쿼크와 글루온이 사상 최초로 실험실 안에서 자유롭게 떠다니는 광경이 연출됐다.

이번 실험에 참가한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의 요한나 스타첼 박사는 이번 실험결과가 “새로운 상태의 물질이 만들어졌음을 보여준다”면서 “우리는 빅뱅이 일어난 지 약 10마이크로초(1마이크로초는 100만분의 1초) 후에 우주가 바로 이런 상태에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주학자들은 우주가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특징과 어쩌면 빅뱅의 강도까지도 쿼크-글루온 플라스마가 보통 물질로 결합하는 것과 같은 일련의 위상 전이에 의해 결정되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전문용어로 ‘쿼크-글루온 물질’이라고 알려져 있는 이 물질은 또한 우주를 연구하는 학자들뿐만 아니라 이론 물리학자들에게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론 물리학의 기본 이론인 양자 색역학이 물질의 이상한 상태가 반드시 존재할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 이 이상한 상태의 속성에 대해 최초로 설명을 내놓은 사람 중 한 사람인 뉴욕 주립대학 스토니브룩 캠퍼스의 에드워드 슈리야크 박사는 충분한 숫자의 양자와 중성자를 태양 중심부의 온도보다 10만배 높은 온도로 가열하고 밀도가 보통 원자핵 밀도의 약 10배가 될 때까지 압력을 가할 수 있다면 쿼크가 분리되어 자유롭게 떠다닐 것이라고 예언했었다.

CERN의 과학자들은 이론물리학이 예언한 이 이상한 상태가 정말로 존재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번 실험에서 수백 개의 양성자와 중성자를 포함하고 있는 납의 원자핵들을 거의 빛의 속도로 강하게 충돌시켰다. 이렇게 만들어진 쿼크-글루온 물질은 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응축되어 보통 물질로 돌아갔지만, 일곱 대의 입자탐지기로 수백만 번에 걸친 원자핵 충돌의 잔류물을 조사한 결과 쿼크-글루온 물질이 정말로 만들어졌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있었다. 이번 실험에 참가한 프랑크푸르트대학의 라인하르트 스토크 박사는 이번 실험이 “정황증거로 상황을 판단하는 형사재판 같았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national/science/021000sci-quark-plasma.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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