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북스]이동현/'수익지대'

  • 입력 2000년 2월 11일 19시 55분


▼'수익지대' 에이드리언 슬라이 위츠키 외 지음/ 세종서적▼

IMF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나라 경영자들은 외형 위주의 성장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는 값진 교훈을 얻었다. 그러나 아직도 대부분의 경영자는 설비 확장이나 품질 개선 같은 제품 중심적인 방법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데 집착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고객 중심의 사업 설계를 통해 시장점유율 향상보다는 수익성을 제고시킬 것을 주장하고 있다.

고객 중심의 사업 설계란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에게 무엇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 하는 사업의 기본 방식을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인텔은 1980년대 초반 전세계 메모리 칩 시장을 석권했지만 낮은 수익률에 허덕이다가 마이크로 프로세서 회사로 사업을 재설계한 후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디즈니도 어린이 대상의 단순 영화사에서 테마 파크, 캐릭터 상품 판매를 포함한 가족 대상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변신하면서 기업 가치가 연평균 25%씩 급상승하였다.

현역 컨설턴트가 직접 쓴 책답게 이 책에는 인텔과 디즈니 외에도 제너럴 일렉트릭(GE), 코카콜라, 마이크로소프트 등 12개 기업의 사업 재설계 성공 사례가 자세히 분석되어 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책의 2부에 제시된 12개 기업의 사업 설계가 고객을 중시한다는 공통점을 제외하고는 저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남이 모방할 수 없는 자기만의 독특한 사업 설계가 필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깨우쳐주는 대목이다.

이미 잘 알려진 선진 기업들의 사례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주목을 끄는 이유는 현장에서 터득한 저자들의 예리한 통찰력과 다양한 노하우 때문이다.

일례로 저자들은 사업 설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영자들의 스케줄 관리가 혁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조사 결과 많은 경영자들은 자기 시간의 30% 정도만 고객, 공급업체, 언론기관 등 기업 외부 사람들과 만나는 일에 사용하고 있었고 나머지는 모두 기업 내부적인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계열사 매각, 감원, 부채비율 축소 등 응급 조치로 IMF 위기는 극복했지만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에는 실패한 경영자가 있다면 이 책 3부에 실린 ‘사업 설계 핸드북’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동현(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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