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리뷰]실험극 '나는 고백한다'/"네죄를 알렸다"

  • 입력 2000년 2월 9일 20시 01분


“나는 숨쉰다. 단 한순간도 숨을 멈춘 적이 없다. 언젠가는, 어느 날 어느 순간, 딱 한번 숨쉬기를 멈출 것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들숨과 날숨을 멈출 수 없는 인간은, 또한 매순간 양심을 속이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김광림의 신작 ‘나는 고백한다’는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끊임없이 저지르는 크고 작은 죄를 고백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실험극. 연출가 김광림이 4년만에 내놓는 이 신작은 한층 심화된 인간내면에 대한 성찰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두 남녀 배우(황택하, 이혜은-문사비로)의 고백으로 진행되는 이 연극은 몇 개의 극 중 극과 마임연기, 효과음 등으로 기존 연극 형식과는 다른 파격적 연출을 시도한다.

특히 남녀가 젖은 알몸으로 자궁 바깥 세상으로 나오는 시작 장면은 다소 충격적이다. 무대 위에 설치된 비스듬한 평균대 위를 걸어가는 배우들의 모습은 위태롭게 균형을 잡고 살아가는 우리 인생을 비유하고 있다.

‘김광림은 “관객들에게 집단적 ‘정화(淨化)체험’을 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가끔씩 지나치게 추상적인 표현이 많은 대사는 관객들까지 ‘고백’에 동참시키는 데 걸림돌이 되는 듯하다. 3월5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유시어터. 1만5000∼2만원. 02-3444-0651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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