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Arts]새천년 첫 아카데미상은 누구에게?

  • 입력 2000년 2월 8일 20시 19분


로스앤젤레스 시간으로 15일 오전 5시 30분에 제72회 아카데미상 23개 부문의 후보자 명단이 발표된다. 그러나 올해는 어떤 배우와 어떤 작품이 가장 확실한 후보가 될지 유난히 불투명하다.

작년 이맘때 쯤에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작품상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또 그 전해에는 ‘타이타닉’이 줄곧 순조로운 항해를 즐겼다. 그런데 올해는 그렇게 두각을 드러내는 작품이 없다. 영화 관계자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약간은 낙담하는 분위기이다.

올해 나온 영화 중에서 그나마 작품상에 가장 근접해 있는 작품은 ‘아메리칸 뷰티’이다. 베테랑 연극 연출가인 샘 멘데스가 감독을 맡고 케빈 스페이시와 아네트 베닝이 출연한 이 영화는 최근 열린 골든 글로브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극영화 상을 받았으며 영화 비평가들로부터도 많은 찬사를 받았다. 흥행 면에서는 중간 정도의 성적을 거둔 이 영화는 중요 영화사들이 독립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통렬한 풍자와 캐릭터 위주의 스토리를 실험하고 있는 최근의 추세를 보여주는 예로도 자주 인용되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영화 관람객들보다 훨씬 나이가 많고 보수적인 6000명 이상의 아카데미 회원들이 문제가 많은 가정과 동성애자 혐오증, 마약, 관음증 등을 다루고 있는 이 영화에 과연 표를 던질 것인지 의심스러워하는 사람들도 많다. ‘아메리칸 뷰티’에 찬사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은 이런 우려에 대해 연쇄살인과 식인을 다룬 ‘양들의 침묵’도 아카데미 회원들의 표를 얻었는데 ‘아메리칸 뷰티’라고 안될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만약 ‘아메리칸 뷰티’가 작품상을 받지 못한다면 어떤 작품이 상을 받게 될까. ‘토이 스토리 2’는 올해 골든 글로브에서 최우수 코미디 영화상을 받았지만 만화영화가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오르는 것이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밖에 작품상 후보로 꼽히고 있는 스릴러 영화 ‘인사이더’와 ‘재주 많은 리플리 씨’는 각각 흥행실적이 저조하고 영화 관계자들의 지지율이 낮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아카데미 회원들의 보수적인 성향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덴젤 워싱턴이 주연한 ‘허리케인’이나 프랭크 다라본트가 감독한 ‘그린 마일’처럼 좀 더 전통적인 영화가 작품상 후보 명단에 끼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 ‘허리케인’의 경우에는 덴젤 워싱턴이 최우수 남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받을 것이 거의 확실하지만 작품상 후보로서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한편 ‘그린 마일’은 평론가들이 입을 모아 혹평을 퍼부었지만 지금까지 1억3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좋은 흥행성적을 보이고 있다.

작품상 외에 다른 부문에서도 유력한 후보가 쉽게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남우주연상의 경우 케빈 스페이시, 덴젤 워싱턴, 러셀 크로(인사이더)가 후보 지명을 받을 것으로 많은 사람이 생각하고 있다. 이들 세 명 외에는 뚜렷이 두각을 나타내는 배우가 없다.

여우주연상 부문은 후보자의 윤곽이 그나마 비교적 확실하게 드러나 있다. 영화계에서 비교적 신인급에 속하는 힐러리 스웡크(소년들은 울지 않는다)와 재닛 맥티어(회전초)가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으며, ‘아메리칸 뷰티’에 출연한 아네트 베닝도 후보 지명을 받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밖에 후보지명 가능성이 높은 배우로는 메릴 스트립(마음의 음악), 줄리안 무어(연애의 끝), 리스 위더스푼(선거), 시고니 위버(세상의 지도) 등이 꼽히고 있다.

이처럼 후보지명의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은 두 세 명 정도 꼽히고 있지만 확실하게 상을 받을 것으로 점쳐지는 사람이 없는 것은 다른 부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마케팅 컨설턴트인 마빈 안토노스키는 “올해는 아주 이상한 해”라면서 “모든 부문에서 아주 놀라운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의 도박사들이 아카데미상의 향방을 점치기가 아주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film/020700oscars-rac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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