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건설을 놓고 사업주와 주민 또는 환경단체 사이에 벌어진 마찰은 한두건이 아니며 국내에만 있는 일도 아니다. 최근에만도 한 골프장 사업자가 환경단체의 고발에 따른 법원판결로 건설에 차질을 빚게 됐다고 환경단체 간부를 폭행해 입건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시민이 나서서 골프장 건설 등의 환경 파괴를 저지하는 수단으로 개발예정지 지주로부터 나무를 사 구매자의 이름표를 붙이고 나무를 마음대로 자르지 못하도록 입목권(立木權)을 주장해 실효를 거둔 사례도 적지 않다.
▷골프장 건설 문제를 예로 들었지만 개발과 환경보전 문제는 더욱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 오존층 파괴, 산성비, 사막화 등으로 환경 자체가 지닌 복원력이 위협받을 정도로 지구가 몸살을 앓는 오늘날 환경단체가 급증하고 역할이 커지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도 그런 시민활동 중의 하나이다. 훼손 위기의 환경 및 문화자산을 시민이 모금한 돈으로 사거나 임대해 보전하자는 운동이다. 1895년 영국에서 시작된 이 운동이 우리나라에서도 지난달 ‘자연신탁국민운동’이란 이름으로 창립됐다.
▷회비로 기업매출이나 수입의 1%를 받기로 함으로써 ‘1%클럽’이라는 이름도 얻은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은 우선 충남 태안군 천리포수목원 등 8곳을 임대 또는 매입후보지로 정했으며, 장기적으로는 전 국민을 회원으로 해 GNP 1%로 전 국토의 1%를 보호 관리한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과 안면도 골프장 건설 반대 운동은 형식면에서는 달라도 활동 목표는 다르지 않다. 환경운동은 보호운동과 함께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지향하는 개발운동으로도 확산되어야 한다.
<윤득헌 논설위원>dhyoon@donga.com
<윤득헌기자>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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