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김용중展]서정주詩 '국화옆에서' 캔버스에 담아

  • 입력 2000년 2월 6일 19시 49분


꽃송이 뒤에 길고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김용중(50)이 그린 꽃 주변에는 그림자뿐만 아니라 얼룩 덜룩한 무늬도 가득하다. 화면 중앙에서 빛나는 꽃의 모습과 주변의 그림자 얼룩이 대비를 이룬다.

‘한 송이 꽃을 피우기위해…’라는 작품이다. 제목이 내용을 암시한다. 꽃이 ‘결실’과 ‘희망’을 상징한다면 화면속의 그림자와 얼룩들은 이같은 결실과 희망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치러야했던 고난을 나타낸다.

서정주의 시 ‘국화옆에서’를 읽고 느낀점을 화폭에 옮긴 것이다. “시련속에서 성숙해가는 과정을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서정주의 시 구절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위해’에 ‘국화꽃’ 대신 ‘꽃’을 넣어 변형한 뒤 작품 타이틀로 삼았다. 국화외에도 다양한 꽃을 그리기위해서다.

그는 8일부터 17일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아미아트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에 ‘한 송이 꽃을 피우기위해…’ 연작을 출품한다.

그에게는 ‘국화옆에서’가 남다르게 느껴질 법도 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극장간판그리기, 디자인학원 강사 등을 하면서 어렵게 그림을 그려왔다. 스승도 없이 혼자 그림을 그리며 긴 무명시절을 거쳤다. “한 때 절망감에 사로잡혀 캔버스를 칼로 찢으며 다시는 그림을 그리지 않겠다고 다짐하기도 했지요….”

오랜 시련 끝에 97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극적인 반전을 맞았다. 수상이후 전업작가로 나서 창작열을 불태우고 있다. 이번 전시는 수상 이후 두 번째 개인전. ‘한송이…’외에도 고난과 우수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여인의 모습을 표현한 ‘1973년생 무용수’와 성숙한 여인의 누드를 표현한 작품 등을 선보인다. 02-501-6458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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