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흡한 대통령 회견

  • 입력 2000년 1월 26일 19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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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을 맞아 처음 가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기자회견은 국민의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주지 못해 아쉬운 점이 많다. 회견 내용을 살펴보면 김대통령이 신년사와 민주당 창당사에서 보여준 것과 비슷한 수준의 원론적 내용들이 재차 강조되는 정도였다. 대체적으로 알맹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김대통령의 대답을 뜯어보면 추상적이거나 원론적인 ‘답안’일 뿐 국민에 대한 ‘답변’으로 보기엔 미흡한 대목이 많다. 예컨대 자민련의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가 총선시민연대의 ‘공천반대’ 명단에 들어 있는 문제와 관련, 김대통령은 안타깝다는 표현과 함께 ‘그분이 50년만의 정권교체를 도와주었다, 국무총리로서 IMF극복에 도움을 주었다, 개혁입법도 도와주었다’고 안타까워하는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총선연대가 김종필씨에 대해 제시한 ‘정계은퇴를 해야 할 이유’ 6가지, 예를 들면 5·16쿠데타 주도, 중앙정보부 창설, 4대 의혹사건 주역, 65년 한일협정 실패, 80년의 부정축재 확인, 지역감정발언 가운데 어느 부분이 부당하게 적용되었다든가 하는 등의 설명은 건너뛰었다. 자민련과의 약속이었던 내각제 개헌 추진문제에 대해서도 비슷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김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민주당이 국민회의의 승계 정당이므로 내각제 약속은 유효하다’고 이미 한 얘기를 되풀이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예를 들면 왜 민주당 강령에 내각제가 들어가지 않았는지 등은 속 시원히 밝히지 않았다.

모처럼의 기자회견이 이처럼 알맹이 없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국민의 입장에서는 이런 식의 기자회견이라면 왜 필요한가 하는 회의(懷疑)도 생기는 것이다. 비록 시간제약 등의 사정이 있겠으나 오랜만의 회견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성의 있고 진지하며 솔직하게 국내외 현안들에 관해 입장과 의견을 밝혀 주기를 국민은 기대했던 것이다. 회견방식도 개선할 점이 없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많은 내외신 기자들이 일정한 시간에 여러 주제를 놓고 질문 경쟁을 벌이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대통령의 답변이 미흡한 항목에 대해서는 제2, 제3의 추가질문을 하도록 하여 의문점을 해소해 주는 회견방식을 강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김대통령이 취임초 ‘한 달에 한번 꼴로 기자회견이나 간담회를 갖겠다’고 한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김대통령이 기자들과 함께 해외순방을 할 경우 자연스럽게 회견을 해 따로 월례회견이 필요 없었던 기간말고도 기자회견을 건너뛴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통령이 국민과 보다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진지하면서도 구체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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