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협의회]현대 30여명 가세…삼성도 뒤따를듯

  • 입력 2000년 1월 23일 20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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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창립총회를 가진 한국프로야구선수협의회(KPBPA·이하 선수협)와 각 구단간의 대립이 감정적으로 치닫는 가운데 23일 현대선수 30여명이 선수협에 전격 가입했다.

이날 ‘야구2000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팬서비스데이’에서 선수협 회원과 구단측 관계자가 서로 멱살잡이를 하는 등 충돌이 일어났다.

김재현 등 행사장에 들어가던 LG선수들을 LG의 유지홍 1군매니저가 막자 선수협의 두산 강병규는 “선배가 이럴 수 있느냐”며 언성을 높였고 결국 멱살잡이까지 벌어 진 것.

한편 22일 창립총회때 철수했던 정민태 김인호 등 현대선수 30여명이 추가 가입하고 삼성선수들도 가입을 위해 23일 대구를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선수협은 각구단 사장모임인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가 22일 가입선수를 모두 방출하기로 한 결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KBO이사회는 선수협 가입회원을 야구규약 40조에 따라 전원 자유계약선수(방출)로 풀고 올시즌을 나머지 선수들로 강행하기로 결의했었다. 자유계약선수로 풀리면 규약상 이적이 자유롭지만 8개구단이 선수협에 가입한 선수와는 계약을 하지 않기로 합의함에 따라 가입선수들은 사실상 국내에서의 활동이 중단된다.

한편 KBO는 이날 “선수협의 배후세력을 조사한 결과 전 국민회의 정책전문위원 2명과 매니저먼트사인 SMI측이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선수협은 “전 국민회의 정책위원이 자문을 해 준 것을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선수협 가입 주요선수

△두산:강병규 정수근 심정수 박명환 △LG:김재현 서용빈 최향남 △한화:송진우 최익성 김경원 △롯데:박정태 공필성 강성우 △해태:양준혁 박충식 이대진 △쌍방울:성영재 김원형 이동수

<김상수기자>ssoo@donga.com

▼가입선수들끼리 독자리그 창설할 수도▼

한치의 양보도 없이 평행선을 달리고있는 ‘선수협’과 8개구단.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까.

우선 선수협이 여론을 등에 업고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다.

선수협이 현재 가장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은 여론. 선수협 회장인 한화 송진우는 23일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시민단체와 연계해 활동을 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미 경실련이 지지성명을 발표했다. 구단에 비해 상대적 약자의 입장인 선수들에게 일반인들이 동조한다면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국보급투수’ 선동렬이 선수협 지지의사를 밝혔다. 선수협은 그가 귀국하면 자문으로 영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23일엔 중국 전지훈련중인 해태 선수들 42명이 가입의사를 밝히는 등 희망적인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두번째는 구단의 승리로 돌아갈 경우다. 선수협의 문제는 대표성. 지난해 한국야구위원회 (KBO)등록선수는 471명. 이중 선수협 출범시 가입선수는 75명에 불과했다. 23일 현대선수 30여명이 가입했지만 삼성 선수는 아직 명단에서 빠져 있다. 생각외로 회원이 적었다고 판단한 구단들은 ‘각개격파’작전으로 나서고 있다. 코칭스태프는 물론이고 선수 부모까지 동원돼 회유하고 있다. LG는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가입한 9명으로부터 탈퇴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그들만의 리그’가 벌어질 가능성이다. KBO가 가입선수를 모두 자유계약선수(방출)로 풀고 선수협이 독자적으로 ‘프로리그’를 창설하는 것. KBO가 22일 밝힌대로 각 팀의 스타선수들이 망라된 선수협 멤버를 모두 방출한다면 국내 프로야구는 내용없는 ‘껍데기’가 돼버린다. 팬이 구장을 찾을 리 만무하다. 오히려 선수협이 독자적으로 리그를 운영한다면 이쪽으로 관중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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