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새음반]테너 라몬 바르가스-라 스콜라

  • 입력 2000년 1월 19일 20시 13분


테너는 슬프다. 소프라노나 바리톤이라면, 음반을 내는 동시에 팬과 평론가들의 화려한 찬사에 휩싸일 수도 있다. 그러나 테너라면 사정이 다르다. 90년대 들어 로베르토 알라냐, 호세 쿠라가 ‘제 4의 테너’를 외치고 나왔어도 반응은 싸늘했다.

“곧 잘 하는구먼, 하지만 ‘빅3’의 뛰어난 음악성과 윤기있는 음성, 카리스마에 어떻게 비교가 된다고!”

그래도 도전은 계속된다. 최근 세계무대에서 ‘차세대 테너’로 평가받는 라몬 바르가스와 빈첸초 라 스콜라의 새 음반이 선을 보였다.

RCA에서 독집음반 ‘라무르 라무르’(사랑 사랑)을 내놓은 바르가스는 멕시코 출신. 86년 카루소 콩쿠르에 우승했고 라 스칼라와 런던 코벤트 가든 등에서 주역테너로 활동중이다. 음반에는 오페라 아리아 13곡이 실렸다. 오디오에서 울려나오는 그의 목소리는 온후하고 차분하다. 이름과 얼굴의 콧수염이 주는 인상처럼, 그의 중간 음역에서는 남국의 유연함과 따스함이 느껴진다. 마스네 ‘베르테르’중 ‘왜 나를 깨우는가’는 서서히 고음역으로 부풀어오르는 노래. 바르가스는 아랫배로 탄탄하게 받친 절제된 미성으로 허용될 수 없는 사랑의 고뇌를 절절히 외친다.

라 스콜라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출신의 테너. 이미 80년대부터 라 스칼라의 주역가수 자리를 차지한 뒤 바르가스 등과 차세대 정상 자리를 겨루고 있는 가수다. 그가 첫 음반을 크로스 오버로 장식했다는 것은 뜻밖이다. EMI가 발매한 음반 제목은 ‘비타 미아(나의 삶)’. 60년대 내한공연에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 ‘사회적 현상’이 됐던 클리프 리처드와 함께 노래했다. 라 스콜라의 목소리는 초점이 잘 잡혀있는 또렷한 윤곽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50년대 마리오 란자를 연상시키는 콧소리도 느낌이 좋다. ‘스위트 러브’의 따뜻하게 부풀어오르는 높은 음역에서는 바르가스와 비슷한 느낌도 든다.

문제는? 역시 ‘빅3’의 카리스마, 그것이다. 파바로티나 도밍고, 카레라스가 뿜어내는 ‘초인적’인 마력은 여전히 흉내내기 힘든 영역으로 남는다. 듣는 방법은 ‘빅3을 잊어라, 그리고 즐겨라’다. 바르가스=★★★★☆ 라 스콜라=★★★★(별5개 만점.☆=★의 절반)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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