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과전이하(瓜田李下)

  • 입력 2000년 1월 18일 20시 23분


살다보면 억울하게 疑心(의심)받는 수가 있다.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괜히 의심을 받게 되면 기분이 좋을 리 없을 것이다. 의심을 잘 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사람들은 그 疑心을 ‘狐疑’(호의)라는 말로 표현한다.

여우는 우리에게는 ‘교활한’ 동물의 상징이지만 중국인들은 의심을 잘 하는 동물로 인식한다. 즉 여우라는 놈은 하도 疑心이 많아서 얼어붙은 강을 건널 때도 좀처럼 발을 떼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狐朋狗友(호붕구우)’라고 하면 ‘疑心만 하고 신용은 도무지 없는 못된 패거리’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疑心을 받고 중국의 역사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대표적인 이야기가 있다. 張儀(장의)는 蘇秦(소진)과 함께 전국시대 縱橫家(종횡가)의 雙璧(쌍벽)을 이뤘던 자다. 그가 아직 유명해지기 전의 일이다. 한 번은 楚(초)나라 재상과 술을 마시게 되었는데 그 재상의 璧玉(벽옥)이 없어진 사건이 발생했다. 모두 형편이 어려웠던 張儀의 소행으로 의심했다. 張儀는 초주검이 되도록 몰매를 맞아야 했다. 그 길로 秦(진)나라로 가 惠王(혜왕)의 客卿(객경)이 천하를 주무르게 된다. 현재 圖章의 출현도 중국인의 疑心과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중국 사람들은 일찍부터 의심을 받지 않도록 교육받는다.

君子防未然(군자방미연)-군자는 매사를 사전에 예방해야 하는 것이니

不處嫌疑間(불처혐의간)-의심 살 만한 곳에는 처신하지 말지어다.

李下不整冠(이하부정관)-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관을 고쳐 쓰지 말 것이며,

瓜田不納履(과전불납리)-참외 밭에서는 신발을 바로 신지 말라

괜히 의심받을 짓은 하지 말라는 뜻이다. 文選(문선)과 古樂府(고악부) 君子行에 보이는 말이다.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478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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