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비전 21세기]과학발달과 인간의 삶

  • 입력 2000년 1월 16일 20시 26분


“기술은 도약할 수 있지만 인류학은 기어간다.” 20세기의 미국이 남긴 기술에 관한 모든 교훈 중에서도 이 말은 특히 다가오는 시대를 위한 최고의 지침이 될 수 있다.

20세기가 우리에게 가져다준 수많은 신기술을 보면서 우리가 탄성을 지른 것은 사실이다. 아무 것도 없는 허공을 통해 소리와 영상을 다른 대륙에까지 전달하는 것, 공기보다 무거운 기계를 타고 대양을 가로지르는 것, 원자핵을 살짝 비틀어서 도시의 불을 밝히거나 도시를 폭발시켜버리도록 만든 것, 달에 갖다온 것 등이 모두 20세기에 이루어진 일이다.

그러나 수많은 신기술들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축적되어가고 있는데도 우리의 생활 자체는 그리 크게 변하지 않았다. 오래 전의 미래 예측가들이 예언했던 원자력 자동차, 로봇 하인, 암 치료법, 달 식민지 등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개인용 컴퓨터가 나온 지 20년이 지났는데도 미국의 가정 중 절반이 아직 가정용 컴퓨터를 갖고 있지 않다.

새로운 기술이 널리 보급되기 위해서는 대개 세 가지 단계를 거쳐야 한다. 첫번째 단계에서는 기본적인 기술이 발명된다. 두번째 단계에서는 발명된 기술을 세련되게 다듬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사람들이 이 새로운 기술을 생활 속에서 채택하도록 동기를 부여할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예를 들어 길레르모 마르코니가 1895년에 발명한 라디오는 1920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대중적으로 보급되었다. 전자증폭 장치처럼 기본적인 기술을 세련되게 만들어주는 기술이 개발되고 라디오를 일반 가정에서도 친숙하게 대할 수 있도록 뉴스 및 오락 프로그램 같은 혁신적인 것들이 개발된 후였다. 인터넷 역시 이 세 가지 단계를 밟았다. 국방성의 무기 개발 기술자들과 과학자들이 서로 파일과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1960년대 말에 발명된 네트워크가 약 30년 동안 점진적으로 발전하면서 오늘날의 인터넷이 된 것이다. 그러나 처음에 인터넷을 돌아다니는 것은 자동차가 발명된 초창기의 자동차 여행과 같았다. 그 때는 도로 지도도 없었고, 기계 수리공을 차에 같이 태워서 돌아다니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많았다.

그런데 90년대 초에 아메리카 온라인처럼 사용하기 쉬운 네트워크 소프트웨어가 선보였다. 이 소프트웨어 덕분에 인터넷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도 전자우편의 실용성과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나온 것이 월드 와이드 웹이었다. 이 소프트웨어는 더욱더 넓어진 인터넷을 돌아다니기 편한 곳으로 만들어주었다. 인터넷의 역사는 또한 어떤 기술이 광범위하게 채택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인터넷이 처음 개발됐던 냉전 시대의 예언자들은 서기 2000년이 되면 우주가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이버 스페이스가 공상의 여행 속으로 대중을 데려갈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카리스마적인 로켓 공학자인 베른헤르 폰 브라운은 1955년에 ‘디즈니랜드’라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앞으로 10년 안에 승객을 태울 수 있는 실용적인 우주선이 개발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유인 우주비행의 현실성은 아직도 증명되지 않았다.

기술은 도약할 수 있지만, 인류학은 기어간다.

(http://www.nytimes.com/specials/010100mil-tech-leap.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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