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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월 11일 22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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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직분에 충실하고 그를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면 그는 존경받아 마땅하다. 나는 그런 사람 중에 이스트 56번가 주점 헤밍웨이의 바텐더 존 맥거번을 들고 싶다.
내가 헤밍웨이에 들어서면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하고 바로 진열대에 마련돼 있는 얼음이 가득한 마티니 잔을 잡는다. 그는 셰이커에 얼음을 넣고 진과 베르무트를 혼합한 다음 가볍게 흔든다. 올리브 열매를 담은 통에 혼합액을 천천히 부은 다음 조심스럽게, 그러나 솜씨 있게 몇 번 흔들고 이를 다시 마티니 잔에 조금씩 붓는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마티니 잔은 가장자리에 레몬 조각이 장식되어 하얀 냅킨에 받쳐진다.
한 모금 마시면 차고 쌉쌀한 맛과 향기가 금세 혀와 코를 취하게 한다. 목을 타고 내려간 알코올 기운은 30초도 안돼 온기를 내며 내 몸의 악령을 쫓아내고 평안함을 불러들인다. 맥거번이 지난 연말에 세상을 등졌다니 애석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