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타워]박원재/안팎서 외면받는 한국은행

  • 입력 2000년 1월 11일 19시 52분


한국은행의 중견 직원 20여명이 이번주중 금융감독원으로 직장을 옮긴다. 정든 동료를 떠나보내는 구성원들의 표정이 밝을리 없다.

이런 분위기 속에 한은 집행부는 10일 200쪽 분량의 조직개혁 보고서를 발표했다. 담당국장은 “추진해야할 과제가 남아있지만 지금까지 거둔 성과도 적지 않다”며 ‘한은 개혁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그러나 반응은 내부에서 부터 싸늘하다. 금융시장 업무를 다루는 한 직원은 “지금 중앙은행 위상이 말이 아닌데 도대체 무슨 개혁을 하겠다는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은에 대한 외부의 평가도 냉담하기는 마찬가지.

작년 상반기만 해도 매월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는 금융시장의 주목을 끌었다. 당시 전철환총재는 “주부 투자자들이 총재실로 전화를 걸어 금리를 언제 올릴지 문의하는걸 보면 이제야 중앙은행이 시장에서 인정을 받는 것 같다”고 흐뭇해 했었다.

그러나 금통위는 더 이상 시장의 관심사가 아니다. 한 채권딜러는 “금통위는 ‘금융통과위원회’이고 진짜 중앙은행은 채권안정기금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유행할 정도”라며 “이런 상황을 자초한 장본인은 다름아닌 한은”이라고 꼬집었다. 채권안정기금이 시장금리를 좌지우지하고 정부 당국자가 금리를 언급할 때 통화신용정책의 주체인 한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다는 것.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4연임 발표로 미국 월가가 흔들리자 그 파장은 곧바로 국내 증시로 연결됐다. 나라 경제규모가 미국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한국 중앙은행 총재의 거취에 변동이 생기면 여의도 증권가는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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