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신세기 빅스 "꼴찌의 멋진 반란 기대하세요"

  • 입력 2000년 1월 3일 20시 12분


‘꼴찌’신세기 빅스가 시즌 중반들어 팀 재정비에 성공하며 도약을 꿈꾸고 있다.

신세기는 99∼2000시즌 1라운드에서 1승8패를 기록, 최하위는 맡아 놓은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신세기는 지난해말부터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더니 새해 첫 경기인 1일 현대 걸리버스전에 연장전 끝에 승리를 거두며 6강이 겨루는 플레이오프 진출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시즌내 두자리 승수를 못올릴 것 같던 신세기는 3일 현재 어느덧 7승(14패).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6위 동양오리온스와는 불과 2경기차로 바짝 승률을 올리면 가시거리에 있는 셈이다.

신세기의 선전은 지난해 12월 26일 ‘강적’ 기아 엔터프라이즈를 96―91로 꺾으며 시작됐다.

신세기는 그동안 3쿼터까지는 대등한 경기를 펼치거나 오히려 앞서나가다 4쿼터에서 급격히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유재학감독의 기나긴 고민 끝의 결단이 성공했기 때문. 유감독은 이날 선발출장명단을 식스맨들로 짜는 ‘변칙’을 사용했다. 주전들이 후반에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염두에 둔 모험.

이 ‘변칙오더’ 모험은 기가 막히게 먹혀들어가 지난해 12월29일 골드뱅크전에 이어 1일 현대에도 패배의 아픔을 맛보게 했다.

감독의 새로운 작전에 최고로 부응한 선수는 팀의 기둥 우지원(26·1m91). 우지원은 최근 3경기에서 총 42득점(평균 13.0점)으로 서장훈(평균 23.9점)에 이어 국내선수 중 2위의 득점력을 자랑한다. 어시스트도 팀내 최다인 평균 5.33개.

그동안 4쿼터에서 체력이 떨어져 헉헉거리던 그는 변칙오더 덕택에 4쿼터와 연장전에서 펄펄 날며 연승을 주도한 것. 특히 현대와의 연장전에서는 연장전에서만 6점을 쏟아부어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연승의 또다른 주인공은 용병 워렌 로즈그린(27·1m90). 훅슛으로 일관하는 단순한 공격력과 단신이라는 단점을 성실성과 엄청난 탄력으로 극복하며 팀플레이에 급속히 적응하고 있다.

1라운드까지만 해도 시도 때도 없이 덩크슛만 노리는 개인플레이로 일관했으나 최근에는 동료를 위해 스크린을 걸어주는 등 조직 농구에 눈을 떴다는 게 유재학감독의 평가.

공격리바운드 1위를 장기집권하고 있는 로즈그린은 수비에도 적극 가담하며 ‘꼴찌반란’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유재학감독은 “주전과 후보들이 합동작전을 펼치는 변칙오더를 앞으로도 계속 쓰겠다”며 “주전들의 기가 살아났기 때문에 앞으로 해볼만 하다”고 오랜만에 자신있게 말한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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