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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2월 31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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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지난 세기는 ‘절반(折半)의 세기’였다. 일본제국주의에 국권을 빼앗겨야 했고 외세에 의한 광복은 미소냉전(美蘇冷戰)의 와중에서 동족간의 참혹한 전쟁과 분단의 비극을 불렀다. 다행스럽게도 남은 반세기 동안 우리는 많은 것을 이뤄냈다. 나라를 세웠고 근대화와 민주화를 성취했다. 그러나 사회주의 붕괴와 탈(脫) 냉전의 세계 흐름 속에서도 민족분단의 현실은 여전하고 한반도는 세계에서 유일한 냉전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 또 장기간에 걸친 개발독재 하에서 정경유착과 부패가 구조화되었고 그것은 지금껏 나라의 암적 요소로 자리하고 있다.
▼낡은 의식-관행 떨쳐야▼
그뿐인가. 맹목적인 지역주의와 비합리적인 연고주의, 편협한 이기주의 등 전근대적인 의식과 관행이 낡은 제도와 맞물려 우리 삶의 방식을 지배하며 우리 사회의 질적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 더구나 이러한 전근대성의 탈피를 주도해야 할 정치는 지역주의에 근거한 비민주적 보스정치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불화(不和) 불의(不義) 불임(不姙)’의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
이제 이 모든 것이 달라져야 한다. 그래야만 희망을 얘기할 수 있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 스스로의 개혁을 통해 새 시대에 걸맞은 정치와 관행, 제도를 마련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우리가 한세기 전 겪어야 했던 ‘국가 실패’ ‘민족 실패’를 거듭해야 할지 모른다.
지금 세계는 국가와 민족의 경계를 허물고 인류사회를 하나의 지구촌으로 묶는 실험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 지구촌을 휩쓰는 정보화의 물결은 숨가쁘다. 정보통신과학의 혁명적 발달이 지구전체를 단일시장화하는 가운데 자본의 전지구적 이동이 일상화되고 있다. 그와 함께 보편적 인간 가치와 인권 평화 환경보호 등 인류공동선을 위한 세계규범이 지난 시대의 낡은 인식을 거부하고 있다. 이렇듯 ‘두 얼굴을 한 세계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주체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느냐 못하느냐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
▼새 세기는 문화의 시대▼
중앙집권적 권력과 획일적 통제의 시대는 지났다. 대량생산이 생산성을 좌우하는 시대도 아니다. 기계적 노동보다는 정신적 창의력과 분권적 자율적 통제가 요구되는 시대다. 사회구성원 개개인의 능동적 창의적 역할이 강조되며 전문적 권위에 대한 자율적 승복이 사회통제의 새로운 기제(機制)가 될 것이다.
새 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정치와 경제 권력에 예속되지 않는 ‘문화의 힘’이 시민사회와 함께 창조적 사회를 이끌어나갈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그 바탕을 마련하고 사회환경을 조성하느냐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 중심의, ‘인간의 얼굴을 한’ 발전으로만이 가능하다. 세계화도, 정보화도 그 중심에는 인간이 있어야 한다. 인간이 소외된 세계화는 벌거벗은 약육강식의 세계일 뿐이고,인간이없는 정보화는 정보에 통제되는 인간의 노예화와 다를 바 없다. 인간이 중심이 되는 세계화 정보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개인적 사회적 윤리의 실종상태를 극복해야 한다. 관용과 화해, 절제의 가치관으로 다원적 사회를 꾸려가는 높은 시민의식을 구현해야 한다. 생산성과 효율,부가가치 못지않게 인간생명의 가치를 높이는 삶을 가꿔나가자.
▼국민 역량모아 세계로▼
오는 4월총선에서 진정한 ‘유권자 혁명’으로 새로운 정치의 틀을 만들어 참된 민주화의 꽃을 피우자.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 민족 화해와 통일,국민적역량(力量)을 세계로 뻗치는큰길을가자.우리에게는 유구한 역사와 빛나는 문화 전통,높은교육수준과 근면성이란 훌륭한 자산이 있다.새 희망 새 마음으로 새천년의 역사를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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