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통일대회]현대 '속앓이'…大勝도 大敗도 꺼림직

  • 입력 1999년 12월 22일 19시 00분


한번에 ‘두마리 토끼’를 잡는 묘수가 없을까.

현대농구팀이 북에서 온 ‘귀한 손님’을 맞아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다. 다름아닌 통일농구대회가 프로농구 정규시즌 중에 열려 그렇지 않아도 파김치가 된 선수들로선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정도.

통일농구대회는 국민적 관심이 높아 경기내용면에서도 성의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 정규시즌 경기도 3연패를 목표로 하는 현대 입장에서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것.

현대는 정규시즌 경기가 19일부터 26일까지 8일 동안 4번이 잡혀 있다.

여기에 통일농구대회에서 이틀 동안 두번 경기를 치르면 무려 6번의 경기를 몰아서 치러야 할 상황. 더구나 현대는 지난주에 올시즌 처음으로 2연패를 당한 뒤 19일 삼성과 두차례 연장전, 21일 라이벌 기아와의 혈투로 선수들이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다.

물론 9월 평양방문경기에서 북한팀에 71―102로 대패한 수모를 생각하면 이번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손님을 초대해놓고 사력을 다해 승리를 거둔다는 것도 왠지 꺼림칙한 것이 사실.

신선우 현대감독은 “최대한 선수단을 고루 기용해서 체력안배를 하겠다”며 “북에서 이명훈을 기용한다면 멋지게 한번 맞대결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구단도 이 점이 가장 큰 고민.

구단의 한 관계자는 “일부러 진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북에서 위성생중계까지 하는데 어디가 이기든 큰 점수차로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정주영 현대명예회장이 프로농구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19일 잠실실내체육관을 찾는 등 이번 행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 현대관계자들은 지금 모두 비상대기 중.

이래 저래 경기결과를 놓고 현대로서는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 창기자〉je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