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인 북]'모데르니테 모데르니테'

  • 입력 1999년 12월 10일 19시 52분


▼'모데르니테 모데르니테' 앙리 메쇼닉 지음/동문선 펴냄▼

“현대는 오래 된 개념이다.현대를 현대적 개념으로 만들어야 한다.”

한 시점의 ‘현대’는 과거가 되고 다시 새로운 ‘현대’가 다가온다. ‘현대’는 언제나 미완의 과제다.

“현대성은 끊임없이 새로 시작되는 일종의 투쟁이다. 왜냐하면 현대성은 주체, 주체의 역사, 주체의 의미가 무한정으로 새로 생겨나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8대 불문과 명예교수인 저자에 따르면 ‘삶의 현대성’에 주목하여 현대성 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보들레르를 비롯해 하버마스, 푸코 등의 현대성 이론들도 그 시대 그 상황을 떠나면 현대성을 잃고 ‘세상의 노화’에 기여하는 유물이 되고 만다. ‘현대성은 우리 속에 내재한 주체’라는 관점에 선 저자는 ‘현대성’에 관한 이런 다양한 이론들을 주체가 다시 읽어내서 새로운 ‘현대성’의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말한다.

언어를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로 보고 명확한 메시지를 가능케 하는 ‘초월적 기의(記意·시니피에)’가 제1의 의미질서이고, 언어 사용자의 환경적 역사적 상황이나 문맥의 해석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는 ‘의미화 작용(시니피카시옹)’이 제2의 의미질서라면,제3의 의미질서는 언어 속에 발화자가 등장함으로써 언어사용자의 특성이 드러나는 담화나 언어의 주체이론과 연결되어 있다. 메쇼닉은 주체에 의해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는 이 제3의 의미질서,즉 ‘의미화과정(시니피앙스)’의 역사성을 ‘현대성(모데르니테)’이라고 본다.

“현대성은 생명이다. 현재의 능력인 생명이다. 즉 생각하고 느끼고 보고 들은 결과 얻어낸 것으로 생명의 형태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새로움만 추구한다고 해서 현대성을 가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성은 현재에 있는 미래적 부분이다.

“새로움은 또 다른 새로움이 나타나면 더 이상 새로움이 아니라는 점에서 현대성과는 다르다. 현대성은 새로움이 나타나도 항상 현재로 남을 현재이다.”

김다은 옮김, 398쪽, 2만원.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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