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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2월 3일 1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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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는 지리적 정보를 담는다. 그러나 정보에만 그치지 않는다. 한 시대의 사상과 미학이 담겨 있다. 적어도, 우리 옛지도는 그렇다.
이 책을 보면 우리 옛지도가 얼마나 아름다운 지를 느낄 수 있다. 시각적인 아름다움 뿐만이 아니다. 국토의 생명력과 그 생명력에 대한 애정이 살아 꿈틀거리는, 그런 아름다움.
옛지도는 고리타분 할 것이라는 우리의 통념을 무너뜨린다. 이것이 이 책의 첫째 덕목이다. 일반 독자들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인문교양서.
저자들은 규장각과 국립중앙박물관 등 전국 도처의 수장고에서 옛지도를 꺼내 그 다양한 모습을 활짝 펼쳐 보여준다. 옛지도의 변천사, 역사적 배경, 지도에 담긴 세계관, 지도의 회화성(繪畵性)과 아름다움 등.
조선시대 지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땅을 살아있는 유기체로 인식했던 세계관. 옛사람은 땅에 음양과 오행의 이치가 있어 그 이치에 따라 땅이 살아간다고 보았고 그 생명체적 요소를 강조해서 지도를 그렸다. 방위에 따라 오행의 색을 달리 칠했고 산과 강은 뼈와 혈관으로 이해해 그 맥을 강조했다. 국토에 대한 애정의 표현이다.
옛지도는 이렇게 살아 있는 생명체로 다가온다. 백두산을 과장해 두드러지게 그린 것도 마찬가지다. 이는 한반도를 서있는 사람으로, 백두산을 사람의 머리로 이해했던 당시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것 역시 국토에 대한 애정과 경외심의 표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옛지도는 또한 아름답다. 풍부하고 빼어난 색감에, 실경을 그린 듯한 산수화풍이 잘 드러난다.
옛지도는 지도이면서 동시에 한폭의 그림이다. 풍요로운 색감과 산수화 기법이 빚어낸 독특한 미학, 실용적인 정보와 예술적인 아름다움의 조화….
이 책은 우리 옛지도의 살아 숨쉬는 아름다움을 통해 국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불러 일으킨다. 268쪽, 2만원.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