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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2월 2일 19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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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초안에 공격을 끝내야하기 때문에 선수들은 쉴새없이 코트를 누빈다.
더구나 ‘눈깜빡할 사이’에 공격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다. 가로채기로 번개같이 속공을 펼치는 게 바로 그것.
가로채기에 이은 속공성공은 소위 ‘4점짜리 공격’. 상대의 공격찬스를 무산시키며 오히려 득점까지 올리기 때문이다.
가로채기는 상대 경기운영의 흐름을 읽는 ‘날카로운 눈’과 동시에 ‘빠른 발’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가드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99∼2000시즌 프로농구에서는 이 상식이 여지없이 깨지고 있다.
1일 현재 가로채기부문 1위는 경기당 2.78개를 기록한 삼성썬더스의 가드 헌터. 하지만 2위는 놀랍게도 SK나이츠의 32세 노장센터 재키 존스(2.67)가 차지하고 있다. 3위도 포워드 제런 콥(삼보엑써스·2.56). 4위는 시즌직전 콥과 맞트레이드된 신세기빅스 포워드 워렌 로즈그린(2.50), 5위는 골드뱅크클리커스의 가드 정진영(2.40)이 차지해 가로채기부문 5걸중 가드는 헌터와 정진영 단 두명밖에 없다. 이는 지난시즌 5걸중 가드가 4명이나 차지하던 것과는 영 딴판이다.
지난해 각각 경기당 평균 1.53개와 1.46개에 그쳤던 존스와 로즈그린은 올 시즌엔 예전의 느린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현대걸리버스와 나산플라망스(골드뱅크의 전신)에 버림받은 뒤 ‘오기’가 발동한 탓일까.
토종선수로는 상무에서 제대하자마자 현대에서 트레이드된 골드뱅크의 정진영만이 5위에 올라있다.
이렇게 따지면 가로채기 5걸 중 올시즌 한국무대에 처음뛰는 헌터를 제외하고 4명은 트레이드의 ‘아픔’을 경험한 선수다.
더욱 열심히 뛰어 자신의 존재를 재확인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힐 수 밖에 없는 ‘이적생’들의 빠른발이 가로채기 부문을 석권하고 있다고나 할까.
〈전 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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