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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1월 30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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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최대규모의 경산볼파크, 8개구단 최고의 투자액, 과학적인 선수 관리 등으로 ‘선진구단’임을 자부하는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도 기가 죽을 때가 있다.
바로 한국시리즈 우승.
프로 18년동안 85년 전후기 통합우승을 제외하고 한국시리즈에선 단 한차례도 정상을 밟아 보지 못한 삼성으로선 “우승 해봤느냐?” 는 말을 들을 때만큼 창피할 때가 없다.
때문에 그들에겐 한국시리즈를 9차례나 제패한 해태가 ‘경외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우승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삼성은 그동안 무던히도 애를 썼다. ‘사자우리’에 최근 해태 출신의 ‘타이거’들이 부쩍 많아진 게 이를 증명한다.
프로원년인 82년부터 96년까지 15년간 삼성이 해태에서 영입한 선수는 딱 3명이었다. 92년 외야수 정성룡을 내보내고 받은 투수 김승남, 96년 외야수 동봉철과 내야수 김태룡 대신 해태에서 트레이드해온 외야수 김훈과 이병훈이 전부.
하지만 98시즌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한국시리즈 우승에 한이 맺혔던 삼성은 본격적으로 ‘해태 배우기’에 들어갔다.
해태에서 잔뼈가 굵은 서정환씨를 감독으로 선임했고 역시 ‘해태맨’이었던 이순철과 정회열을 영입했다. ‘싸움닭’으로 유명한 조계현마저 현금 4억원에 스카우트.
삼성의 해태를 향한 ‘러브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98시즌 뒤 간판타자였던 양준혁을 내보내면서까지 마무리 투수 임창용을 데려왔다.
올해엔 아예 사령탑인 ‘코끼리’ 김응룡감독을 초빙하려고 시도했고 이게 실패로 끝나자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해태 에이스 이강철을 총 8억원에 영입했다.
이쯤되면 이 참에 팀이름을 ‘라이거즈(라이온즈+타이거즈)’로 바꿔보는 게 어떨지….
〈김상수기자〉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