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권순활/日총리의 정치 실패

  • 입력 1999년 11월 28일 19시 56분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일본총리는 요즘 심기가 편치 않다. ‘인품의 오부치’라는 별명의 그가 요즘에는 곧잘 화를 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이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에서는 9월에 51%였던 지지율이 최근 41%로 떨어졌다.

그로서는 억울할 만도 하다. 그는 최악의 경기불황과 금융불안 속에서 작년 7월 총리에 취임하면서 ‘경제재생 내각’을 기치로 내세웠다. 최근 실물경기 회복세가 뚜렷하고 주가도 연일 연중최고치를 경신해 “할 만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도 인기가 떨어지는 ‘역설(逆說)’은 왜일까. ‘정치의 실패’ 때문이다.

오부치총리는 권력기반 강화를 위해 지난달초 공명당을 끌어들여 자민 자유 공명 3당 연정체제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3당연정 출범직후 자유당 출신의 방위청 정무차관 니시무라 신고(西村眞悟)가 ‘핵무장’이라는 돌출발언을 해버렸다. 자민당은 정치인 개인에 대한 기업 및 단체의 헌금을 존속시키려다 여론의 몰매를 받고 뒤늦게 방침을 바꾸었다.

국민 60% 이상이 3당연정을 ‘단순한 의원수 불리기’로밖에 보지 않는다.

인사의 잘못도 있었다. 오부치총리는 개각과 자민당 당직개편에서 가토 고이치(加藤紘一)전간사장을 철저히 배제했다. 자민당총재선거에서 오부치에게 도전한 데 대한 보복이었다. “1기내각에서 당내화합으로 점수를 땄던 오부치총리가 2기내각 출범과 함께 독선과 오만에 빠졌다”는 비판도 자주 나온다.

조지 부시 전 미국대통령은 걸프전쟁 승리라는 대외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국내경제 악화로 재선에 실패했다. 요즘 오부치총리는 ‘정치 성공’ 없는 경기회복이 지도자의 인기유지에 필요조건은 될지 몰라도 충분조건은 못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권순활<도쿄특파원> shkw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