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농산물 수출-수입국 '시애틀 힘겨루기'

  • 입력 1999년 11월 28일 19시 56분


'WTO 문닫아라'시위
'WTO 문닫아라'시위
새로운 다자간무역협상(뉴라운드)의 의제채택 문제를 논의할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를 앞두고 WTO 회원국 각료들이 미국 시애틀에 몰려들면서 각국의 입장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30일부터 4일간 열릴 이번 각료회의는 각국의 입장차이가 커 난산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우리나라와 선진국간에 주요 쟁점에서 갈등이 예상된다.

▽의제채택 범위 논란〓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들은 뉴라운드에 어떤 의제를 포함시킬 것이냐에 대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미국은 기존의 의제인 서비스와 농업 두 분야에 대해서만 일단 논의를좁혀빠른시일 내에 협상을 마무리짓자는 입장.

그러나 일본과 EU는 미국이 그동안 반덤핑 규제를 남발함으로써 사실상 수입장벽을 유지해왔다며 반덤핑 규제 남발방지나 투자 등도 의제에 포함시키자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는 농산물 수입자유화를 밀어붙이는 미국의 입장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개발도상국들은 의제를 광범위하게 채택할 경우에는 대응하기 힘들다는 판단으로 대부분 교섭범위를 좁히기를 희망하고 있다.

▽각국 합종연횡 활발〓현재 가장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것은 농업분야.

한국 일본 EU는 농업자유화와 관련해 “농업은 단순 무역 이외에 국토보전, 식량안전 보장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라고 전제, 시애틀 각료회의 선언문에 ‘농업의 다면적 기능에 대해 배려한다’는 문구를 넣어야 한다며 현지에서 연대활동을 벌이고 있다.

일본은 또 반덤핑 문제를 의제로 채택하는 것과 관련해 최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각국에 협조를 호소하고 있다.

한편 미국 브라질 등 남미 국가와 호주 등 농산물 수출국들은 “농업생산품은 상품과 같은 규칙을 적용해 관세자유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농업자유화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이밖에 개도국들은 개도국 우대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일본 등을 끌어들이려 현지에서 막후접촉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곳곳에서 뉴라운드 반대시위〓회의가 열리는 시애틀에는 경제적 이윤보다 인간을 먼저 고려하자는 세계 각국의 농민단체 노동조합원 등 뉴라운드 반대시위대가 속속 도착해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시애틀시 당국은 각료회의 개막일인 30일 하루 동안 5만여명, 회의기간에는 10만명이 시위에 나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영이기자·시애틀〓신치영기자〉yes202@donga.com

▼한국대표단 움직임/농산물시장 개방압력막기가 최우선 전략▼

‘농산물시장 개방압력을 총력 저지하라.’

우리나라 정부 대표단은 27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에 속속 도착, 세계무역기구(WTO)각료회의 준비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정우성(鄭宇聲)외교통상부 다자통상국장 장만순(張萬淳)주제네바대표부대사 최용규(崔龍圭)농림부국제농업국장 이시형(李是衡)외교통상부 WTO과장 등은 이날 숙소인 셰러턴호텔에 모여 우리측 협상전략을 최종점검했다.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무엇보다도 미국 등 농산물 수출국들의 시장개방 압력에 적극적으로 대처키로 했다.

특히 쌀시장 개방은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협정문에 따라 2004년까지 유예받았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

이와 함께 UR협상에서 인정받은 개도국 지위를 유지해 관세인하 및 보조금 감축 등에 있어 유리한 조건을 따내겠다는 전략이다.

정국장은 “농업은 단순히 농산물을 공급하는데 그치지 않고 환경을 보전하고 홍수를 방지하거나 토양유실을 방지하는 등 여러가지 기능을 가진다는 점을 적극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분야에서는 우리나라가 그동안 UR협상과 관계없이 자발적으로 시장을 개방한 점을 앞세워 개방압력을 피하는 한편 법률서비스 의료 교육 등 취약한 분야는 개방시기를 최대한 늦추겠다는 방침.

정부는 이와 함께 반덤핑분야가 협상의제에 포함되도록 일본 중국 아세안국가 등과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했다.

〈시애틀〓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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