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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1월 28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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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상거래가 확산되면서 기억하기 쉬운 도메인의 필요성이 커진데다 부동산처럼 거액에 팔아넘길 수도 있기 때문. 최근에는 일부 도메인이 수천만원대에 거래됐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도메인 거래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터넷 도메인은 눈으로 볼 수 없는 사이버공간의 ‘행정주소’. 그러나 최근 중소기업은행이 도메인을 담보로 최고 5000만원까지 대출키로 하는 등 현실세계의 부동산과 똑같은 대우를 받으면서 ‘말뚝을 박고 줄을 치는’식의 도메인 등록이 줄을 잇고 있다.
도메인 이름도 지금까지 주류를 이룬 회사명이나 상품명과는 전혀 다른 쪽으로 바뀌고 있다.
요즘 큰 인기를 끄는 부류는 ‘4989’‘2424’‘114’처럼 전화번호를 연상케하는 숫자 도메인. 한국인터넷정보센터(www.nic.or.kr)가 7월부터 숫자만으로 만든 도메인도 등록을 인정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386세대를 떠올리게 하는 ‘386’이나 구구단에서 따온 ‘9981’도 이미 등록이 완료된 상태. ‘112’‘119’처럼 공익기관을 연상시키는 도메인까지 개인이 등록해 소유하고 있다.
기업이름을 선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LG가 데이콤의 경영권을 확보할 것으로 판단한 최성환씨는 ‘LGDacom’이라는 도메인을 LG보다 먼저 등록했다. 최씨는 “LG가 요청하면 현재 데이콤의 대리점을 하고있기 때문에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그냥 넘기기는 어렵다”고 말해 도메인 판매에 관심을 보였다.
미국의 경우 도메인은 이미 공개적으로 거액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컴팩이 알타비스타의 도메인을 300만달러에 내놓은 것을 비롯, ‘houses’‘cinema’‘fashions’등 알기쉬운 도메인들은 경매사이트에서 100만달러를 호가한다.
지난달까지 16만건 이상의 도메인이 등록된 국내에서는 아직 도메인 거래가 많지는 않은 상태. 그러나 도메인의 가치가 ‘은행담보’로까지 인정되면서 도메인 거래는 조만간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4989’ 도메인을 확보한 인터넷 컨설팅업체 아이비코리아의 김수경과장은 “도메인을 팔지는 않겠지만 사업을 함께 하는 파트너와는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12’를 등록한 대구 디프컴의 정해은부사장도 “내년1월 완성될 112 홈페이지는 사회부조리 신고나 공개수배자 사진등록 등 경찰업무를 위해 만들 것”이라며 “112도메인은 경찰에 무상으로 넘길 수 있으나 대신 광고독점권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정보센터 송관호사무총장은 “인터넷 도메인은 개인과 법인이 1년에 2만2000원,3만3000원의 유지비를 내면 소유할 수 있다”며 “갈수록 도메인의 가치가 높아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최수묵기자> 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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