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영민/'세리의 드라마'가 주는 감동

  • 입력 1999년 11월 16일 19시 14분


20세기를 마감하는 마지막 공식 대회이며 별중의 별을 뽑는 미국 LPGA 투어 ‘페이지넷 챔피언십’에서 박세리선수가 빛나는 우승을 차지했다. 금년 시즌 6승의 캐리 웹 선수와 지난해 이 대회 챔피언이며 세계 최장타자인 로라 데이비스 선수를 연장전 첫홀에서 극적으로 물리치고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4승의 위업을 달성한 것이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박세리 선수는 큰 경기와 위기에서 더욱 빛나는 탁월한 선수임을 확실하게 증명했다.

아버지로부터 철저하게 훈련받은 확고한 기술과 어떠한 긴장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두둑한 배짱과 집중력. 한국 여성 특유의 끈기와 집념. 기둥과 같이 튼튼한 두 다리와 항상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 마지막 라운드에서 단 한 홀도 보기를 하지않은 정확성. 거기에 새벽잠을 설치며 열렬히 응원해준 국민의 성원. 이러한 모든 것이 박세리 선수가 우승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더욱 대견스럽고 장한 것은 금년 시즌 초 부진의 늪에 빠졌을 때 국내외 매스컴이 앞을 다투어 질책과 비난을 퍼부었음에도 한마디 변명없이 묵묵히 시련을 참고 견뎌 난관을 극복한 것이다.

‘혼자서 외롭게 결코 끝나지 않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프로 2년생의 징크스를 가볍게 극복하면서 79년 낸시 로페즈가 세운 데뷔 2년만에 8승이라는 대기록을 그녀가 또다시 이룩한 것이다.

박세리 선수의 미국진출 성공과 8승의 위업은 국민에게 통쾌한 기쁨을 주었고 세계적인 골퍼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는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을 갖게 해주었다. 어떤 이는 박세리 선수를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세계에서 한국을 가장 빛낸 인물로 평가한다.

박세리 선수의 성공에 자극을 받아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성공한 선수는 김미현 선수다. 골프선수로 대성하기에는 불리한 작은 체격과 어려운 환경을 집념과 투지로 극복하고 미국 무대 진출 첫해에 2승과 신인왕에 등극함으로써 박세리선수와는 또다른 감동을 주었다.

내년 시즌에는 6명의 한국선수들이 출전해 더 큰 기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2000년에는 박세리 김미현 펄신 선수 외에 세계 최장타자인 박지은, 호주국가대표 출신인 박희정 선수 등이 전대회 출전권을 얻었다. 국가대표출신의 권오연 선수도 24개대회 출전권을 획득했다. 이처럼 막강한 선단을 구축한 한국 선수들이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에 경기가 열리는 매주 승전보를 알려와 국민을 신나고 살맛나게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골프경기가 정신력에 좌우된다고 하지만 결국 모든 정신력은 많은 연습량에서 생기고 연습을 많이하면 할수록 자신감이 붙고 행운이 따르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박세리 선수가 비시즌에 매스컴과 공식행사 일정에 쫓기다 충분한 동계훈련을 하지 못해 시즌초 부진의 늪에 빠졌던 일을 모든 선수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으로부터 계속 사랑받기 위해서는 골프경기를 통해 획득한 상금과 이익의 일부를 가난하고 어려운 소외계층과 나눌줄 아는 미덕을 발휘해주길 바란다. 박세리 선수는 10월 귀국했을 때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1억원이나 희사하는 선행을 실천했다.

끝으로 기우이겠지만 미국 땅에서 우리 선수들끼리 경쟁하고 시기하는 자중지란이 일어나는 일이 없도록 서로 아끼고 격려하는 마음가짐과 태도를 가져야 한다.

박영민〈고려대 체육학과 교수·한국대학골프연맹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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