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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1월 9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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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결단한 듯한 여야(與野)싸움의 와중에서 사건의 성격도, 의혹의 본질도 뭐가 뭔지 모르게 뒤죽박죽이 돼버렸다. ‘실체가 없는 해프닝’에서 ‘국가원수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치달았고 이성을 잃은 듯한 정치판에서는 쌍방의 고소 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이러한 사태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점치기조차 어렵다는 현실이다.
그러나 사건의 본질을 놓쳐서는 안된다. 본질에 접근할 수 있느냐는 우선 문건작성자로 엊그제 중국 베이징에서 귀국해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기자가 과연 진실을 밝힐 수 있겠느냐에 달려 있다. 진실을 밝히는 일은 첫번째로 문기자 자신의 몫이다. 문기자는 언론인으로서 권력에 언론장악 시나리오를 제공하는 ‘비상식적 행위’를 저질렀다. 문기자는 이제라도 양심에 한점 부끄럼 없이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우리의 바람이 이루어질지는 의문이다. 문기자가 귀국하기 전의 아리송한 행보, 귀국하게 된 경위 등을 짚어보면 더욱 그렇다. 이러한 의문은 우리의 정치현실이 과연 ‘문기자의 진실’을 가감없이 수용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일반의 인식과도 이어진다. 물론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니 만큼 예단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핵심적인 의문점만은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 무엇보다 문기자가 보낸 문건과 사신(私信)의 행방이다. 이 부분이 밝혀지지 못한다면 이번 사건은 결국 ‘정치적 미제(未濟)사건’으로 남을 것이고, 두고두고 현정권에 부담이 될 것이다.
문기자와 청와대 인사, 여권실세들과의 전화통화도 석연찮은 대목이다. 특히 문건 폭로가 예정된 직후 집중적으로 통화가 시도됐다면 그 자체로 의혹을 받을 만하지 않은가. 다시 한번 여야에 당부한다. 더이상 소모적인 정쟁(政爭)은 거두어야 한다. 국정조사가 됐든 특검제가 됐든 차후의 일은 이제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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