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뒷얘기]유승안코치 병상아내에 바친 우승컵

  • 입력 1999년 10월 31일 19시 59분


한국시리즈 5차전이 열린 지난달 29일 잠실구장.

우승을 확정지은 뒤 선수들과 뒤엉켜 굵은 눈물을 찍어내던 한화 유승안코치에게 한 구단관계자가 황급히 뛰어갔다.

갑자기 안색이 변해버린 유코치. 그는 허겁지겁 잠실구장을 빠져나왔다.시상식과우승축하연도 참석하지 못한 채 유코치가 찾은 곳은 서울 구의동에 있는 방지거병원 중환자실.

탤런트로도 잘 알려진 아내 이금복씨(44)가 누워있었다. 5개월째 백혈병으로 투병 중이던 이씨가 이날 위독한 상태까지 다다랐던 것.

“다행히 한고비를 넘겼다”는 병원측의 얘기를 듣고 유코치는 기쁨 반 두려움 반으로 또한번 눈물을 흘렸다.

유코치가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접한 것은 5월29일. 보름 동안 시름시름 감기증세를 보이기에 아내를 대전시내 한 병원으로 데려갔다. 정확한 병명이 나오지 않아 서울에 올라와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는 급성백혈병.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유코치는 대전과 서울을 오가며 아내를 보살폈고 수혈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듣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으로 PC통신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유코치의 딱한 사정이 언론에도 알려지자 전국 각지에서 격려전화가 쇄도했고 헌혈하겠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병세는 그리 호전되지 않았고 날이 갈수록 수척해지는 아내의 모습을 지켜보는 유코치의 가슴은 찢어지듯 아팠다.

아내를 위해서라도 꼭 이루고야 말겠다던 한국시리즈 우승. 유코치는 드디어 우승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간신히 의식이 돌아왔을 때 금메달을 보여줬어요. 아내는 고개를 가만히 끄덕끄덕 거리더군요.”

29일 한화 선수단은 병실을 찾아 이금복씨의 쾌유를 한마음으로 빌었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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